‘농구황제’ 마이클 조던(40·워싱턴 위저즈)의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은 화려했다.
10일 애틀랜타 호크스의 홈코트인 필립스아레나에서 열린 2003 NBA 올스타전. 조던은 선발출장해 36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20점(2어시스트 2가로채기)을 기록, 카림 압둘 자바(251점)를 제치고 올스타전 통산 최다득점(262점)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올스타전은 “더 이상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조던의 마지막 무대.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는 하프타임쇼에서 자신의 98년 히트앨범 ‘넘버원스(NO.1’S)’에 수록됐던 ‘히어로(영웅)’를 열창하며 농구 황제의 영광스런 퇴장을 축하했다.
이어 캐리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조던은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나를 도와준 가족 친구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뒤 “선배들이 나에게 물려준 것들을 이제 후배들에게 넘겨주겠다”고 밝혀 9분동안 2만여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 세계 212개국 31억여명이 지켜본 이 경기에서 서부선발은 두차례 연장전 끝에 동부선발을 155-145로 물리쳤다.
서부선발로 출전한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은 37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2003 NBA 올스타전
■2차연장 불꽃접전 ‘별들의 쇼’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들의 잔치다웠다.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사상 최초로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2003올스타전.최우수선수(MVP)상의 영광은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게 돌아갔지만 이날 주인공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워싱턴 위저즈)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올스타전 은퇴’를 선언한 조던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듯 하프타임때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가 ‘당신의 마음 속에 영웅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히어로(Hero)’를 열창할 때 감회에 젖은 표정의 조던은 눈가에 물기까지 비쳤다.
앞으로 1주일 후면 40세 생일을 맞는 조던은 이번 올스타전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팬 인기투표에서 ‘베스트 5’로 뽑히지 못하면서 출전 자체를 망설였다. 또 조던에게 주전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자칫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닌 가하는 미안함도 컸다.
그래도 조던은 자신의 14번째 올스타전 코트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주전이 아니더라도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것. 이날 경기 시작하기 불과 몇 분전 조던은 자신의 후계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노스캐롤라이나대 후배 빈스 카터(토론토 랩터스)의 양보로 극적인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올스타전과의 이별에 대한 부담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까. 경기 초반 7차례 던진 슛이 잇달아 림을 외면했던 조던은 1쿼터 종료 2분전 레이업으로 첫 골을 신고했다. 동부가 84-80으로 앞선 3쿼터 종료 2분8초전에는 자유투 2개를 쓸어 담아 52년 역사의 NBA 올스타전 사상 개인 통산 최다득점기록을 깨뜨렸다.
2차 연장전까지 2시간59분의 기나 긴 승부가 끝난 뒤 조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결승골을 놓쳤지만 그게 바로 농구다. 우리는 졌지만 뛰어난 젊은 후배들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선발출장한 야오밍(휴스턴 로키츠)은 경기시작 63초만에 앨리웁 덩크로 첫 득점을 기록했으나 긴장한 탓인지 17분을 뛰며 2점, 2리바운드에 그친 뒤 4쿼터와 두차례 연장전에서 모두 벤치를 지켰다.
반면 야오밍에 선발 출장 기회를 뺐겼던 샤킬 오닐(LA 레이커스)은 2쿼터 후반 야오밍과 함께 코트에 나선 뒤 26분 동안 호쾌한 슬램 덩크 뿐 아니라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뒤 드리블을 하고 비하인드 백패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기술로 19점, 13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은 이날 출전선수 중 최장인 41분을 뛰며 35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은 19득점에 양 팀 최다인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NBA올스타전 통산 득점 순위순위선수득점1마이클 조던2622카림 압둘자바2513오스카 로버트슨2464밥 페티트2245줄리어스 어빙221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MVP 케빈 가넷…NBA 최고연봉
“내가 MVP야”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케빈 가넷(오른쪽)이 마이클 조던(가운데)을 비롯한 동료들의 축하박수 속에 트로피를 번쩍 들고 있다. 애틀랜타=AFP연합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포워드 케빈 가넷(27·2m11)이 최고 몸값에 걸맞은 ‘별 중의 별’로 떠올랐다.
올 NBA에서 가장 많은 2520만달러(약 302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가넷은 생애 6번째로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코트 안팎을 휘젓고 다니며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2차 연장전 시작과 함께 홀로 7점을 뽑아내며 서부콘퍼런스 승리의 일등공신이 돼 일약 최고 스타의 영예를 안았다. 41분을 뛰며 양 팀 최다인 37점에다 9리바운드, 5가로채기, 3어시스트의 팔방 미인격의 활약.
이날 가넷이 올린 37점은 1988년 올스타전 때 마이클 조던이 기록한 40점 이후 개인 최다득점.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앞으로 조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을 만큼 포스트 조던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
가넷은 “조던의 공백을 한 개인이 채울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책임을 지고 뛰어야 한다”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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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