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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번송/경기침체 ‘발등의 불’

입력 | 2003-02-10 18:06:00


국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경기의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에서 발표한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지수가 2001년 3·4분기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의 하락과 외국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소비와 투자도 위축되고 있으며 그동안 강세를 보여 오던 수출마저도 미국 경제의 침체와 달러화의 약세로 앞으로의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요인으로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전의 임박, 유가 급등,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경제의 침체 및 달러화의 약세 등을 들 수 있다. 대내적 악재로는 북핵과 대북 송금 문제로 인한 대외신용도 하락, 새 정부 정책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 남한 정부의 대북 경제지원 부담, 내수의 침체 및 경기부양 정책수단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인수위 상황파악 능력에 의구심▼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인수위측은 언론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너무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보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 같은 어두운 보도는 국민의 경기심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새 정부측의 이 같은 대응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5년여 전 외환위기를 당하기 직전에도 우리 공무원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불경기를 논해 경기가 나쁜 영향을 받으면 책임을 지겠느냐?”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새 정부 인사들도 똑같은 태도를 보여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여러 여건들이 악화되었음에도 이를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면 경제상황의 파악 능력에 한계가 있거나 다른 문제들에 집착해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새 정부는 좀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인수위와 재계간 대립 국면을 보이고 있는 노동문제와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될수록 이념적 논쟁을 피하고 시장원리에서 얻을 수 있는 타협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와 매우 가까웠던 DJ정부가 외환위기 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었음을 상기하면, 노무현 정부도 노동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이용해 노사정(勞使政)의 역할을 강화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계와 마주 앉아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새 정부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보다는 포지티브 섬의 정책들을 강조했으면 좋겠다.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동북아 중심경제국 육성 등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들이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개발하고, DJ정부에서 미진했던 공공부문의 개혁에 대한 청사진과 의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부동산 과소비의 억제, 에너지 과소비의 억제, 대도시 교통혼잡의 해결, 농촌 지원정책의 개선 등 시장원리와 고통의 분담을 강조하는 구체적 정책을 개발해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을 시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정당한 이유가 있든 없든 많은 국민과 국외의 언론과 국제금융권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철학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새 정부가 자유무역, 세계화, 규제완화에 대한 집념이 강함을 몇 가지 정책을 통해 직접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대통령이 세일즈맨으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주관한 당선자의 회견을 CNN 중계방송을 통해 보며 절감했다.

▼盧, 해외투자유치 노력 보여야▼

마지막으로 새 경제팀은 자유무역, 세계화 및 규제완화 등에 철저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민에게 인기 있는 젊은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므로 경제팀은 개혁적이라기보다는 세계화와 시장주의자가 되어도 개혁을 시행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해외의 신인도 높아져 재계와의 협력 및 효율성 증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송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