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들은 일반좌석에 비해 시설이나 서비스가 특별히 좋은 편이 아닌 고급좌석을 늘리는 것은 요금만 올리는 조치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동대문 사이를 좌석버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손모씨(29)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대중교통 요금인상안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일반좌석버스와 고급좌석버스 등 모든 시내버스 요금을 100원씩 올린다는데, 아직도 일반좌석이 있습니까?”
손씨는 “매일 이용하는 D교통의 좌석버스 중 일반좌석을 본 적이 없다”며 “요금이 저렴하고 좌석 수가 많아 출퇴근 때 자주 이용했던 일반좌석이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손씨만 일반좌석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좌석버스를 이용하는 서울과 신도시 시민 10명 가운데 7, 8명은 일반좌석을 거의 보지 못한다.
이는 서울시가 1995년부터 일반버스를 고급버스로 교체하는 운수업체에 대당 2000만원의 예산을 낮은 이자로 지원하는 ‘차량 고급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이 정책에 따라 지난해에만 109대의 일반좌석이 고급좌석으로 전환됐다.
고급좌석버스 요금 추이 (성인기준, 단위:원)변동일일반좌석고급좌석1995년 7월15일 700 10001996년 7월 1일 800 10001997년 5월26일 850 10001998년 1월15일1000 11002000년 7월 1일1200 13002003년 3월(예정)1300 1400
매년 100여대씩 늘어난 고급좌석은 현재 전체 좌석버스(1017대)의 75%(76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좌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51개 좌석버스 노선 가운데 38개 노선에선 일반좌석이 단 1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을 정도다. 좌석버스 이용객들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도입된 고급좌석이 요금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고급좌석이 처음 도입됐던 95년 7월 요금은 1000원. 고급좌석의 요금은 3월 인상안(14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8년 동안 40%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반좌석을 이용했던 대다수 승객이 현재 고급좌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요금은 700원(95년 일반좌석 요금)에서 1400원으로 100% 오른 셈이다.
이모씨(32·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고급좌석의 의자 3개 중 1개는 등받이가 고장나 있는 등 시설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일반좌석과 다른 점이 없다”며 “고급좌석이 낡으면 또다시 최고급 좌석버스를 도입해 요금을 올릴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좌석버스는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승용차 대용이기 때문에 100∼200원의 요금 차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고급버스로 교체할 때 싼 이자로 융자하는 제도가 올해 폐지돼 고급좌석이 예년처럼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좌석버스와 고급좌석버스의 차이 (자료:서울시)구분일반좌석고급좌석출력(마력)230 270 이상좌석 수45 39 이하차내조도(럭스)100 200차내소음(㏈)77 75 이하승하차 문구분 없음구분 설치차량가격6000만원선9000만원선
이 같은 사정은 고속버스도 마찬가지다.
건설교통부는 1992년 7월 승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며 우등고속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전체 고속버스 1985대 가운데 1437대(72.4%)가 우등고속. 우등고속의 비율은 서울∼부산 88.6%, 서울∼광주 82%에 달해 대다수 승객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반고속버스 요금의 1.5배를 내고 우등고속을 이용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매년 인가대수의 30% 이내에서 일반을 우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 전체 버스를 우등으로 바꾸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