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류정필이 라블 지휘 하노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반주로 토스티 ‘4월’을 열창하고 있다. -하노버=유윤종기자
독일 하노버시 마슈호반에 위치한 하노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스튜디오. 함박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였지만 바이올린과 목관악기의 서주에 이어 테너 류정필(35)이 노래하는 토스티 가곡 ‘4월’의 선율이 울려퍼지자 스튜디오 안에는 따스한 훈기가 감도는 듯했다.
“그대 느끼지 못하는가,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향기를….”
이날 연주는 99년 비오티 발세시아 국제콩쿠르 최고상에 이어 지난해 프란시스카 쿠아르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류씨의 데뷔 음반 녹음을 위한 것. 류씨의 음성은 ‘도니체티의 유쾌한 오페라에 능한 리리코 레지에로(밝고 가벼우며 서정적인) 테너’라는 평과 달리 따뜻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울렸다.
성악 반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오스트리아 지휘자 고트프리트 라블이 지휘한 이날 녹음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중 ‘안녕, 정든 보금자리여’로 시작, 토스티 가곡 ‘4월’ ‘꿈’, 이탈리아 민요 ‘바다로 가자’ 등으로 이어졌다.
류씨는 안정감을 주는 능란한 테크닉과 이지적인 음색, 가사의 서정미를 십분 살려내는 지적인 해석을 펼쳐냈다. 토스티 가곡에서는 바리톤을 연상시키는 두터운 결의 음색이 인상적이었지만, ‘바다로 가자’에서는 순간 분위기를 바꾸어 밝고도 상쾌한 결의 포르테를 뿜어냈다.
류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박인수 교수를 사사하고 이탈리아 파르마 아카데미와 피렌체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뒤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중. 지난해 프라하 신포니에타의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에 솔리스트로 출연하는 등 최근 활동의 폭을 부쩍 넓히고 있다.
“모든 음높이에 걸쳐 아름다운 소리를 갖추고 있는 훌륭한 테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능란하며 다양한 감정 표현에도 능해 음반의 완성도를 자신한다.” 이날 녹음을 마친 뒤 지휘자 라블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류씨의 기량을 칭찬했다.
류씨는 2월 말까지 엿새동안 ‘너는 왜 울지 않고’ 등 이탈리아 민요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등 토스티 가곡, 오페라 아리아를 추가 녹음해 올 상반기 중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 녹음을 주최한 쇤브룬 뮤직컨설팅의 권순덕 대표는 “먼저 녹음을 마친 뒤 발매사를 교섭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며 “현재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음반사와 음반 발매를 교섭중이며 코흐사에서의 발매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류씨는 “특히 푸치니와 마스네 등의 아리아에서 성악팬들의 좋은 평가를 기대한다”고 첫날 녹음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하노버=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