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소? 에그, 우리 아들은 소리도 안 나는데 어떡하나!”
며칠 전 통화한 정민엄마, 정민이가 올해 중학생이 되면 음악시간에 단소 실기가 ‘필수’라고 얘기를 해주자 깜짝 놀랐다. 정민엄마는 직장을 다니다보니 ‘교육현장’ 상황에 어두운 편인데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국악기인 단소 실기시험을 본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4, 5학년 때부터 음악시간에 단소를 배우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워서일까, 소리조차 못 내는 아이들이 한둘 아니다.
정민이처럼 올해 중학생이 되는 우리 큰아이네 같은 반 아이들도 전체 40여명 가운데 단소 연주가 되는 아이는 열 명 남짓, 소리도 안 나는 아이들이 20여명, 나머지는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한다는 것이다.
우리 큰아이도 연주가 겨우 되는 수준인데 요 녀석도 한동안은 부는 시늉만 했던가 보다. 큰아이가 5학년 때인 어느 날 이웃엄마에게서 중학교에서도 단소시험을 본다는 말을 듣고 아이에게 단소를 불어보라고 했더니 머뭇거리다 하는 말. “나 못 불어!”
“단소를 배운 지 2년째인데 음악시간에는 도대체 뭘 했느냐”고 했더니 “평소에는 합주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소리가 안 나도 선생님께서 알기 어렵고, 시험 보는 날 ‘하루망신’만 각오하면 1년이고 2년이고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기막히고 화가 나서 ‘이것도 못해?’ 할 요량으로 내가 직접 단소를 불어보니, 웬걸, 소리가 전혀 안 났다. 우리 학교 다닐 때 배우던 리코더와는 딴판으로 입모양을 이리저리 해 봐도 소리가 안 나는 게 아닌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국악학원을 수소문하니 집 근처에 없고, 피아노학원에 전화를 하니 피아노 강습을 받으면 1주일에 한 번 단소 교습을 시켜 준다나. 단소 배우려고 결국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했다.
“뭐 이리 어려워. 꼭 돈 들여 개인교습을 받아야 하나….”
이웃 엄마들에게 하소연하다 나만 바보 됐다. 다들 하는 얘기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부터는 피아노학원에서 단소와 음악이론을 함께 가르쳐주기 때문에 피아노 때문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때 음악과목 내신점수를 잘 받기 위해 피아노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단소 연주를 하는 아이들이 없진 않지만 단소가 내신점수와 연관되니까 단소를 잘 못 부는 아이들 엄마 입장에서는 이래서 또 사교육 안하면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을 알리기 위해 학교 교육에 도입됐다고 하는 단소는 그 소리가 운치 있다. 하지만 소리내기가 까다롭고 힘들다 보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전통음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나 걱정이 된다. 전통음악을 살리자는 취지라면 차라리 랩을 즐기는 요즘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꽹과리나 장구도 ‘필수 국악기’에 함께 넣어서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 경 아(서울 강동구 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