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은 현대가 7대 대북사업의 30년간 독점권을 확보한 대가라는 주장이 우리를 또 어지럽게 한다. 독점권을 확보한 경위가 미심쩍고, 그게 얼마나 유효한지 의심스러우며, 이제야 공개한 동기도 수상하다.
아무리 궁핍한 북한이라지만 남북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이용 등의 7대사업 독점권을 2억달러에 넘겨줬다는 것부터가 비상식적이다. 그중 한가지도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승인이 나지 않은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현대가 구조조정을 모면하기 위해 대북사업을 구실 삼고,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갈망했던 정부의 이해가 맞아 감당하지 못할 일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권은 이미 95년에 태국회사에 넘어가 작년 말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현대가 무슨 독점권을 확보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조성엔 몹시 흥분했던 정부나 현대가 7대사업에 대해선 여태 입을 다문 것 역시 석연치 않다. 비밀송금의 정상회담 대가설을 부인하기 위해 뒤늦게 이를 밝힌 모양인데, 오히려 의구심만 증폭시킨 꼴이 됐다.
그런데도 대북사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서 미국이 훼방하려고 비밀송금을 폭로한 것인 양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게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면 왜 다른 기업들이 동등한 참여기회를 주장하지 않았을까. 북한에 준 돈 자체도 그렇지만 그로 인해 기업이 망가져 온 국민이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됐는데 반성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또한 실체도 제대로 모르면서 국익논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 시점에서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정부나 현대가 모호한 국익론이나 불투명한 대북사업의 그늘에 숨어 책임을 면하려 하면 할수록 혼란만 가중된다. 그게 바로 국익에 반하는 일임을 왜 모르는가. 역사적 의미가 과오에 가려서도 안 되지만, 역사적 진실이 성취감에 묻혀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