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쇼쇼’에서 절묘한 칵테일쇼를 보여주는 유준상.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남다는 그는 “마음 속에 꿈틀 거리는 에너지를 한번에 폭발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변영욱기자
《긴 장발과 허름한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 꾸미지 않아도 70년대 풍의 캐주얼 복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저 길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이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지나간 뒤에야 알아보아요. 그리고 아줌마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인사를 해오지요. 부담없어 보이는 외모 때문인가봐요.”》
11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준상은 “이번 영화 촬영할 때도 평소 입는 청바지와 티셔츠 그대로 입고, 그냥 촬영했다”며 스스로 자신이 ‘70년대 스타일 젊은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쇼쇼쇼’(감독 김정호)에서 칵테일 쇼를 통해 꿈과 사랑을 이뤄가는 청년 역할을 맡은 유준상(34). 그는 최근 MBC사극 ‘어사 박문수’가 종영된 뒤에도 뮤지컬 ‘더 플레이’ 앵콜공연과 영화 개봉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11살 연하의 신부 홍은희(23·탤런트)와의 결혼식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지경.
‘쇼쇼쇼’는 대학가요제가 처음으로 열리고, 홍수환이 4전5기 신화를 일으켰던 1977년을 배경으로 한 청춘 영화. 서울 변두리에서 아무런 가진 것도 없는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최초로 칵테일쇼를 하는 ‘바텐더’로서 자신들의 꿈과 사랑을 이루는 스토리다.
반항적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산해(유준상)는 고적대 리더이자 곤봉 돌리기의 명수 인 윤희(박선영)를 만나 꿈을 이룬다. 윤희의 곤봉돌리기 실력을 ‘칵테일 쇼’에 접목한 묘기로 당시 프라이보이 곽규석이 사회를 보았던 유명 TV오락프로그램 ‘쇼쇼쇼’에 출연해 성공을 거둔다.
유준상은 이 영화 촬영을 위해 3개월간 한 외식업체의 전속 바텐더로부터 ‘칵테일 플레이’를 집중 교습받았다. 친구들과 술자리 등 어느 곳에서나 소주병을 잡아 돌려 병을 깨기 일쑤였고, 손톱과 팔뚝에도 상처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결국 그는 병 두개를 뒤로 던져 잡을 정도로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쌓게 됐다.
결혼식 준비는 잘되냐는 질문에 유준상은 자신이 직접 그린 청첩장을 내밀었다. 표지엔 파스텔과 사인펜으로 태극기 고래 양 하트 그림이 낙서처럼 그려 있었다.
“태극기는 결혼식이 ‘3·1절’이라 그렸구요, 양은 올해가 ‘양의 해’라 그렸어요. 고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예요.”
연극 뮤지컬 방송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또다른 재주는 ‘그림’이다. 3년전부터 독학으로 그린 유화 실력으로 지난해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삶 속에서 문득 스쳐가는 잔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데, 이러한 이미지들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부 홍은희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지어보라는 질문에 그는 “노총각이…. 저 그런 거 잘 못해요”하며 연신 쑥쓰러워했다. 대신 홍은희씨가 ‘별을 쏘다’‘내사랑 팥쥐’ 등에서 ‘악녀’ 역할로 유명세를 탄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저도 영화 ‘가위’와 KBS ‘태양은 가득히’에서 악역을 맡아 평생 먹을 욕을 다 얻어먹었어요. 그런데 ‘여우와 솜사탕’에서 발랄하고 푼수떠는 노총각 역할을 하고 나니 금세 달라지더군요. 배우는 관객들로부터 ‘저게 바로 나야’하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직업입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