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평가를 발표하기 전에 이 정보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새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때 외국인은 2, 3일 전에 코스피200선물을 매도했다가 발표 후 사들이고 등급이 올라갈 때는 미리 사들였다가 발표 후 파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증권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선물3월물을 2만875계약이나 매도해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특히 7일에는 선물을 무려 1만1412계약이나 순매도해 사상 3번째로 많이 팔았다.
하지만 10일 4076계약 순매수한 뒤 11일에도 4884계약이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3)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 떨어뜨린다고 발표한 시점을 전후해 선물을 팔았다가 다시 사들여 이익을 본 것이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던 2002년 7월24일을 전후해서도 외국인은 선물을 대량으로 사고 팔아 이익을 봤다. 당시 외국인은 7월22일 3112계약, 23일 6578계약 순매수했지만 발표일인 24일과 25일에는 각각 8934계약과 5251계약을 순매도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Baa2에서 A3로 올린 2002년 3월28일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외국인은 3월26일과 27일 각각 1467계약과 2714계약을 순매수한 뒤 발표시점인 28일부터 3일 동안 8156계약이나 순매도했다.
1999년 1월 피치IBCA(19일)와 S&P(25일)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B-로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월14일과 15일 4650계약과 1209계약 순매수했으며 21일과 22일에도 570계약과 2620계약을 사들였다. 하지만 25일부터 6일 동안 6500계약이나 팔아치웠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회사는 월가의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신용등급 조정을 전후해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사고 파는 것은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조정과 외국인 선물 매매가 우연히 일치했을 수도 있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것.
대우증권 박은용 선물·옵션팀장도 “외국인이 7일 1만1412계약이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누적 순매도 규모가 2만계약을 넘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신용등급 조정 전후 외국인 선물 매매동향 (단위:계약)2003년 2월11일2002년 7월24일2002년 3월28일무디스 A3 긍정적→부정적S&P BBB+ →A-무디스 Baa2→A32월 6일(목) - 681
7일(금) - 11,412
10일(월) +4,076
11일(화) +4,8847월 22일 +3,112
23일 +6,578
24일 - 8,934
25일 - 5,2513월 26일 +1,467
27일 +2,714
28일 - 2,717
29일 - 1,784
30일 - 3,655자료:증권거래소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