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어아가씨’에서 TV 드라마를 통해 어머니의 아픔을 복수하는 방송작가로 나오는 장서희. -사진제공 MBC
얼굴 예쁘고,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톱탤런트와 연출자에게 당당하게 호령하고, 춤과 노래도 잘하는 여주인공의 직업은?
최근 시청률 1위인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여주인공 장서희의 극중 직업은 ‘드라마 작가’다. 비록 미화된 측면이 크지만, TV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방송작가의 환상을 꿈꾸며 방송작가 교육원을 두드리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80년대까지는 소수 정예의 방송 작가가 멜로드라마에서 시대극까지 집필하던 ‘만능 작가’의 시대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부터 20∼40대 중반의 연령층의 신진 작가들이 대거 진출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색깔 있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한국작가협회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가을개편 이후 현재 각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작가들의 경우 33명 중 20∼40대가 28명(84%)을 차지하고 있으며, 50대 이상은 5명(15%)에 불과하다. 작가협회에 등록된 전체 방송작가 중 여성의 비율은 70%가량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방송작가는 크게 드라마작가와 비드라마작가(구성작가)로 구분된다. 구성작가는 쇼, 코미디작가와 다큐멘터리작가, 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나뉘며 이들은 주로 PD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하는 일을 한다.
드라마 작가가 되는 정통코스는 각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단막극 공모에 입선하는 길이다. 1988년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방송작가교육원(02-780-0003)을 처음 설립한 이후로 각 방송사에서 개설한 작가교육원을 통해서도 작가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방송작가교육원에서는 25기까지 100여명의 드라마 작가 및 300여명의 구성작가가 배출됐다. ‘인어아가씨’의 임성한, ‘고독’의 노희경, ‘기쁜소식’의 김인영, ‘대박가족’의 목연희씨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구성 작가의 경우 방송사의 공채를 통해 뽑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직접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모니터링을 준비해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보내기도 한다. 구성 작가의 대부분은 60만원대의 월급을 받고 자료조사를 하는 ‘서브작가’로 시작하며, 최소 2∼3년의 경력을 쌓아야 ‘메인작가’로 올라선다. ‘모래시계’의 송지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찬옥씨 등은 오랫동안 구성작가로 활동하다 드라마 작가로 대성한 경우다. 김수현 이환경씨 등 ‘특A급’ 작가는 회당 수백만원의 원고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작가 교육기관으로는 KBS&서강대 방송아카데미(02-705-8614), MBC방송아카데미(02-2240-3800), SBS방송아카데미(031-916-0148), 동아문화센터(02-781-0833) 등이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