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어젠다(DDA) 세부협상원칙 1차 초안은 쌀 산업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국내 쌀 농업은 존폐 위기를 맞을 것으로 농업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얻는 데 실패하면 쌀 수매보조금을 포함한 감축대상보조금(AMS)을 2004년 1조4900억원에서 2010년에는 5960억원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이러면 쌀 수매제도를 사실상 폐지해야 할 뿐 아니라 올해 도입된 쌀 소득보전직불제 운영도 차질을 빚는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AMS를 2010년까지 1조1920억원으로 완만하게 줄여도 되지만 이 경우에도 쌀 수매규모를 연간 3.6%씩 감축해야 한다. 현재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수매규모를 1.3%씩 줄여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축속도가 3배는 빨라지는 셈.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얻는 데 실패하면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재협상도 어려워진다.
어명근(魚明根)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관세화를 더 늦춰달라고 할 명분이 없어진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 대만이 관세화 유예를 포기한 데다 중국마저 한국 쌀 시장을 노리고 있어 한국은 사면초가 신세”라고 설명했다.
개도국 지위 확보와 관세화 유예에 모두 실패한다면 국내 쌀 산업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
한국은 쌀의 관세화를 받아들이면 2006년경 수입쌀에 400여%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즉 수입쌀이 한국에 들어올 때는 가격이 5배가 되지만 중국산 쌀의 가격은 한국산 6분의 1수준이어서 당장 경쟁력을 갖고 국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
더구나 ‘하빈슨 초안’을 적용하면 한국은 2006년 이후 5년 동안 쌀의 수입관세를 약 260%까지 낮춰야 한다.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관세화를 하더라도 쌀을 전략품목으로 정해 관세를 5%(약 20%포인트)만 낮추면 되기 때문에 피해는 줄어든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내와 국제 쌀값의 격차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하다.심지어 한국의 희망대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관세화 유예를 받아내도 한국은 그 대가로 외국산 쌀의 최소수입물량을 늘려줘야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심각한 쌀 재고 문제를 감안할 때 차라리 관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최소수입물량을 늘리는 것도 부작용이 크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