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님 웨일스 지음 조우화 옮김/342쪽 1만원 동녘
지난해 12월 저자 님 웨일스의 서명이 있는 영문 초판본이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책. 신문기자였던 님 웨일스(본명 헬렌 포스터 스노)가 1937년 중국에서 ‘조선인 혁명가’ 김산(본명 장지학)을 만나 20여 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원본에도 김산과 님 웨일스의 공저로 돼 있다.
일본에서 이 책은 이와나미(岩波)문고가 선정한 ‘세계 명작 100선’에 포함돼 ‘참회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양학 관련 교재로 쓰인 책이기도 하다.
원본은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발간됐으며 한국에서 번역본이 발행된 것은 1984년. 초판을 26쇄까지 찍었고, 92년 개정판으로 현재까지 21쇄를 찍었다. 지난해 2700부를 판매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현실을 서구에 알린 책으로 평가받는다. 김산이 “자살은 식민지 민중이 요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간의 권리 중 하나”라고 말하는 대목은 당시 조선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
김산은 독립운동가이자 공산 혁명가였다. 김일성 회고록에 장지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김산은 중국 정부로부터 일본 간첩으로 몰려 1938년 처형됐다. 그러나 그의 아들 고영광씨(계부의 성을 땄다)가 복권 운동을 벌인 끝에 1983년 명예회복을 했다.
이 책이 발간될 당시에는 ‘독립운동가’ 김산보다는 ‘공산 혁명가’ 김산의 면면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이 책은 5공 시절 ‘용공 도서’로 분류돼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동녘 이건복 사장은 이 책을 출간하면서 3개월간 잠적했다 ‘기관’에 연행됐었다. 그러나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 사이에서 이 책의 인기는 상당했다. 출간되기 몇년 전부터 영어판, 일본어판이 국내에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던 터였다.
이 책에는 이영희 한양대 대우교수의 추천사가 적혀 있다. 추천사에서 이 교수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님 웨일스의 또 다른 염원은 김산의 생애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님 웨일스는 97년 사망했지만 그의 소원은 이루어질 듯하다. 정지영 감독이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김산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영화를 기획 중이기 때문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