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씨(57). 금융권에 약 15억원, 땅과 아파트 등 부동산 20억원 어치를 갖고 있다. K씨는 외환위기 때 초고금리로 인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저금리기조가 정착되면서 좀처럼 투자 의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전문가들은 K씨처럼 고액 자산가는 금융권의 프라이빗뱅커와 충분히 상담한 뒤 본인의 투자 성향, 투자 목표, 투자 기간 등을 감안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정추구형〓연 5% 정도의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
현재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평가받는 통화안정증권이나 국고채 수익률은 연 4.6∼4.9%선. 3년 만기 우량회사채(AA-)도 연 5.29% 정도다. 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그만큼 위험이 포함된 것이라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는다.
PB가 추천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예시(15억원)상품연간 목표수익률가입금액MMDA3.8%1억원신추가금전신탁5%3억원정기예금5%5억원부동산투자신탁7% 안팎1억원후순위채권7% 안팎2억원주식형특정금전신탁20% 안팎1억원지수연동정기예금10% 안팎1억원해외펀드7% 안팎1억원
안정추구형 투자자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상품은 역시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적용해 1억원 이상 예치하면 연 5% 가량 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현재의 금리와 앞으로의 추이를 감안해 예치기간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K씨의 경우 3개월이나 6개월짜리 회전식 정기예금과 1년제 정기예금에 나눠서 가입하도록 한다. 또 중간에 해지해도 불이익이 적은 상품에 가입해 금리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옮겨 탈수 있는 상품을 물색해야 한다.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초단기 상품인 수시입출금식 시장금리부 예금(MMDA)에 일정액을 넣어 두는 게 좋다. 이 상품은 확정금리이며 예금자보호 대상이다.
가입금액에 따라 금리가 다른 게 특징. 5000만원 미만은 2.0%, 1억원 미만 3.0%, 1억원 이상 3.8% 등이다.
▽수익추구형〓정기예금과 MMDA에 금융자산의 40%(6억원)를 넣어뒀다면 나머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자.
우선 머니마켓펀드(MMF)에 드는 게 좋다. 가입금액에 상관없이 연 4%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단기 상품인 신추가금전신탁도 좋다. 수익률이 MMF보다 1%포인트 가량 높다. 3개월만 넘으면 언제든지 불이익 없이 찾을 수 있는 게 장점. 채권보다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우량 기업어음(CP) 등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이 안정적이다.
부동산투자신탁도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2%포인트 가량 높아 인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발매 즉시 매진되곤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위축기에 있다면 큰돈을 넣는 건 삼가야 한다. 이 상품은 개인이나 기관들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는 실적배당형 간접투자상품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위험을 줄이고 있긴 하지만 당초 목표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상품이다.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높은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발행기관이 파산하면 원금 회수가 어렵다.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주식형 특정금전신탁을 노려보자. 개인이 투자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특정금전신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식투자 비중과 목표 수익률을 맞춤 설계하는 펀드다. 최저가입금액은 1억원.
주식형 상품인 전환형펀드와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또 원금 보장형 상품인 지수연동 정기예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해외펀드 역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특히 환(換)위험을 헤지(hedge)해 약 2.5%의 수익률을 가입과 동시에 확정할 수 있다. 만기 때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그동안 환율이 바뀔 수 있는 만큼 펀드를 설정할 때부터 아예 선물거래를 통해 달러를 파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반면 금리가 오르는 경우에는 채권 값이 떨어져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대형 상가 노려볼 만〓고액 자산가 중에는 땅에 투자해 돈을 번 사례가 많다. 하지만 땅은 ‘장기 투자’가 원칙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따라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K씨처럼 20억원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면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소형 임대상품보다는 상가 건물이 적당하다.
소형 임대상품은 자잘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상가 건물은 건립 이후 일정 기간 상권이 형성되면 되팔기도 쉽고 대형 임차인이 들어올 가능성도 높아 유리하다.
최근 부상하는 상권으로는 행정수도가 들어설 예정인 충청권 일대를 주목할 만하다. 소액 투자자들은 아파트 등 주거용 상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시설을 배후에 둔 대규모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굳이 주거용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임대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권장할 만하다. 임대료 수납과 청소, 임차인 선정 등을 전문 업체가 대신 해준다.
투자자 성향에 따른 금융상품 분류구분상품연간 목표수익률비고안정추구형정기예금5% MMDA3.8%1억원 이상수익추구형MMF4% 신추가금전신탁5% 부동산투자신탁7% 안팎 후순위채권7% 안팎5년 이상주식형특정금전신탁20% 안팎 인덱스펀드20% 안팎 전환형펀드10% 안팎 지수연동정기예금10% 안팎 해외펀드7% 안팎
(도움말=김성엽 하나은행 재테크팀장)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