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젝트 음반 ‘DOA’를 통해 한국 록기타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신대철 김도균 김태원(왼쪽부터) 사진제공 휴먼엔터테인먼트
록밴드 ‘시나위’의 신대철, ‘부활’의 김태원, ‘백두산’의 김도균.
각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이들은 한국 록의 지주다. 이들은 80년대 초반부터 줄곧 록 외길을 걸어오면서 각각의 개성을 펼쳐왔다.
그런 이들이 한 음반에 모였다. 그 자체가 한국 가요계의 ‘빅 뉴스’다. 김태원은 “15여년간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한번도 없지만 서로 ‘인정할만한 라이벌’로 여겨왔다”며 “이번에 다른 음악인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의기 투합했다”고 말했다.
이달 하순경 발매될 ‘D.O.A’(Dead or Alive)가 이들의 프로젝트 음반. ‘데드 오어 얼라이브’는 ‘살거나 죽지도 않은’이라는 의미로 록밴드에서 기타리스트의 운명을 뜻한다. 기타리스트는 보컬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밴드의 음악을 좌우할만큼 비중이 크다.
새음반에는 이같은 기타의 주장이 담긴 연주곡들이 수두룩하다. 컨셉트는 서로 다른 록에 대한 공감. ‘백두산’의 데뷔곡 ‘어둠속에서’를 신대철이 편곡을 했고, ‘시나위’의 데뷔곡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는 김태원이, ‘부활’의 데뷔곡 ‘희야’는 김도균이 각각 편곡을 했다.
이들은 또 ‘뛰는 개가 행복하다’(신대철) ‘겨울 오후’(김태원) ‘론리 애비뉴’(김도균) 등 각각의 연주곡을 한곡씩 수록했다. 이들 곡에서 신대철은 록기타의 질주를, 김태원은 대중적인 멜로디, 김도균은 국악과 록, 블루스의 접목을 선보이고 있다. 김도균은 오래전부터 국악과 록의 접목을 천착해왔다.
세 명이 즉흥 잼 콘서트를 벌여 마지막 트랙에 수록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도 흥미롭다. 세명의 다른 연주가 앙상블을 이루며 록기타의 긴장과 위안, 절규와 부드러움을 아우르고 있다.
이들의 ‘록 외길’은 사실상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90년대 초중반 TV 댄스 음악이 극성을 부리면서 이들의 록은 투쟁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록을 버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록이야말로 삶의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이들은 4월 중순 한곳에서 라이브 무대를 펼칠 예정이어서 록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태원은 “우리 세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라면먹으며 록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헌사”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