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시 ‘관상을 본다는 소문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병철 삼성 창업주 생존시만 해도 관상이 그룹 입사에서 제일 중요한 기준이었다는 미확인 소문이 지금도 진실로 여겨질 정도로 떠돌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분리된 S그룹 임원의 말씀입니다. 이분은 젊어서 삼성물산에 몇 년 근무한 적이 있는데 면접 때 이 회장이 면접관의 가운데에 앉고, 자리 양쪽 끝에 관상가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앉은 채 아무 질문 없이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10년 이상 이 회장을 가까이에서 모신 분과 얼마 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우연히 관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우선 면접시험에 관상가가 참여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비서실(현 구조조정본부) 직원 등이 조용히 앉아 있어 관상가로 오인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맞는 부분은 이 회장께서 관상을 중시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룹 면접 시험에 꼬박꼬박 참여했던 이 회장은 다른 면접관이 a, b, c, d로 점수를 매길 때 자신은 꼭 甲, 乙, 丙으로 점수를 내셨답니다. 중요 판단 기준은 관상과 사주였습니다.
甲을 받은 응시생은 다른 면접관의 점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입사가 됐고 丙은 다른 면접관의 높은 평가와 관계없이 무조건 떨어졌다고 하는군요.
이러다가 언젠가부터 고 이 회장은 “내 점수도 다른 면접관 점수와 합산해서 계산하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더 이상 사람을 제대로 볼 자신이 없다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리고 2,3년 뒤부터는 아예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또 해마다 연초가 되면 홍콩의 유명 역술인에게 계열사 CEO들의 한해 운수를 보게 해 인사에 반영했답니다. 이회장께서 사주와 관상에 관심을 쏟은 일화는 더 있습니다만 프라이버시도 있고 해 이쯤에서 마치려 합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