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범죄사냥꾼’을 운영하며 경찰과 시민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있는 이대우 경사. -민동용기자
지난해 12월 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범죄사냥꾼’이라는 사이트에 ‘T1000’이라는 아이디의 사람이 글을 올렸다. 술을 먹다 서울 강남의 무허가 술집 호객꾼(삐끼)들에게 걸려 술값을 바가지쓰고 폭행까지 당했다는 하소연이었다.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지만 술에 취해 업소 위치도 기억 못하는 자신을 비아냥대는 듯한 태도에 절망하고 돌아왔다는 것.
이 사이트 운영자인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4반 이대우(李垈祐·37) 경사는 다음날 ‘T1000’에게 답신을 보냈다. “기억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범인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연락 주세요.”
이 경사는 피의자들이 T1000의 계좌에서 돈을 빼낸 현금인출기가 서초동의 한 편의점에 설치된 것을 파악하고 T1000과 함께 사흘 동안 편의점 부근의 술집들을 찾아다녔다. 드디어 지난달 7일 이 경사와 강력4반은 일당 5명을 붙잡았다. ‘범죄사냥꾼’ 사이트가 올린 또 하나의 개가였다.
무엇보다 이 경사가 뿌듯했던 것은 경찰관이 되려고 시험을 준비 중이던 ‘T1000’에게 경찰의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는 점. “경찰에 실망했다던 그가 이젠 정말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1989년 8월 경찰에 투신해 14년 동안 강력반에서만 일해온 이 경사가 ‘범죄사냥꾼’ 사이트를 만든 것은 2000년 5월. “강력반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경찰을 상당히 어려워하고 부정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편견을 없애려면 경찰이 어떻게 일하는지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16일 현재 회원 수는 3390명. 초등학생부터 50대 장년까지 다양하다.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대개 3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한다. 같은 강력반 형사 8명도 회원으로 가입해 이 경사를 돕고 있다. 사이트는 피해를 당한 시민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범죄신고’, 사건을 릴레이식으로 풀이해 나가는 ‘사건추리도전’ 코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의 제보를 받아 해결한 사건도 5건이나 된다. “강력반장으로 경찰 생활을 마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몸으로 직접 부닥치는 강력반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니까요.”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