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수씨가 자신의 공방에서 거북선 모형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혜윤기자
1976년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팔리던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형을 본 해군 출신의 한 샐러리맨은 주물로 찍어내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해군 복무 때부터 거북선에 매료돼 있던 그는 그 뒤 2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거북선 연구와 모형 제작에 몰두했다. 주말이나 퇴근 후 TV 앞이나 회식자리에서 보낼 시간을 쪼개 서울 면목동 자신의 집 옥상에 마련한 2평 공간에서 1년에 한두 척씩 거북선 모형을 만들어냈던 것.
드디어 97년 그는 정든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료 수집을 했고 99년 거북선모형 공예업체 ‘귀선(龜船)’을 차리고 대표가 됐다. 임종수(林宗洙·51)씨. 그가 안정된 회사 생활을 던지고 ‘거북선 원형 복원 모형 공예’라는 미개척 분야에 뛰어든 데에는 또 한번의 자극이 있었다. 해군박물관, 전쟁박물관 등에 복원된 거북선 모습이 천차만별인 것을 발견한 것. 인양된 거북선이 없고 고증자료도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북선의 실체가 정해져 있었다면 나는 결코 이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거북선은 실제 크기의 75분의 1, 95분의 1 등으로 한 척 만드는 데 3000여 개의 나무 부품과 100여가지의 공정을 거치므로 크기에 따라 1∼4개월이 걸린다. 가격은 한 척에 100만∼800만원.
이제 그의 작품은 학계의 심사를 거쳐 조달청의 정부조달 물품으로 뽑혔으며 우수 문화재 상품으로도 지정돼 재외 공관이나 관공서 등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거북선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초등학생용 ‘조립 거북선 키트’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