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와의 3년여에 걸친 긴 ‘FTA 여정’이 양국간 정식 협정 체결로 마무리됐다. 협정 체결로 한국은 무엇보다 ‘FTA가 하나도 없다’는 오명을 벗게 됐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 신고된 FTA는 250여개, 실제 발효중인 FTA가 170여개나 된다.
정부는 칠레와의 첫 FTA 체결에 대해 △칠레 등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 멕시코 태국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와의 FTA 협상을 통해 확산되는 ‘지역협정 추세’에 동참 △대외개방 및 내부 개혁의지를 나타내 대외 신인도 높이기 등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김광동(金光東) 통상교섭조정관은 “교역규모 세계 12위로 교역을 통해 먹고 살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FTA를 통한 시장개척이 필수”라며 “FTA로 피해를 보는 농업 등 분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뒤 더욱 적극적으로 FTA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FTA 이행 특별법’으로 농업분야 피해 최소화=칠레와의 FTA 협상에서 걸림돌이 됐던 사과와 배는 관세 철폐 품목에서 빠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포도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되 11월∼이듬해 4월에는 10년간 균등 철폐하는 ‘계절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쌀 사과 배 포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수산물 임산물은 대부분 10년 후에는 관세가 없어져 중장기적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FTA 이행특별법’(가칭)을 통해 기금을 조성해 ‘FTA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가의 소득을 메워주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갈 길 먼 FTA=외교부 이성주(李晟周) 다자통상국장은 “지난해 10월 칠레와의 FTA 협상이 타결된 후 한국과 FTA 협정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각국과의 FTA 추진을 위해 협상 대상국 선정 작업을 벌이는 등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FTA가 대외 통상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와는 지난해 논의가 급진전돼 양국 장관이 협상 진행을 약속했다. 지난해 7월부터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를 구성해 논의중인 일본과의 FTA 협상도 빠르면 연내에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한중일 3국간 FTA 논의를 제의한 반면 일본은 한국과의 FTA를 먼저 한 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및 중남미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할 멕시코는 한국으로서는 FTA 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본과 FTA를 논의하고 있는 데다 ‘일본 뒤에 보자’고 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한국과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작에서 체결까지1998년 11월대외경제조정위원회, 칠레와 FTA 추진 결정1999년 9월 뉴질랜드 APEC 정상회담에서 협상개시 합의 12월제1차 협상(칠레 산티아고)2000년 2월∼
2002년 8월제2∼5차 협상2002년 10월제6차 제네바협상에서 ‘사과 배 냉장고 세탁기’ 협상품목에서 제외 합의2002년 10월24일협상 최종 타결, 가서명 2003년 1월15일정식 서명2003년 상반기발효 예정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