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徐淸源) 변수를 주목하라.’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을 대표권한대행으로 지명하고 2일 미국으로 떠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18일경 귀국할 예정이어서 그의 행보가 한나라당 당권 레이스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 대표 본인은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출마를 종용하는 주변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 대표가 아직도 당내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측근 세력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권 예비주자들은 서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원회 참석 등을 위해 2주간 미국에 머물던 서 대표가 7일 미국으로 간 이 전 총재와현지에서 만나 환담을 나눴다는 소식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서 대표측은 “체류지가 비슷해 자연스럽게 만난 것이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했으나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당권 도전에 나선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 ‘빅3’ 주자들은 서 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지명하고 당무 일선에서 물러선 것도 당권 재도전을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벌써부터 서 대표의 귀국 후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서 대표가 불출마 발언을 번복하고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지지 세력 규합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서 대표의 출마를 견제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 수도권 압승을 위한 개혁세력의 대표주자임을 내세워 동조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고, 최 의원은 차기 대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배수진’을 친 채 위기관리 리더십의 적임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강 의원은 ‘젊은 리더십론’으로 영남권의 명실상부한 차기 재목(材木)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서 대표가 당내 보혁 갈등의 조정자역을 맡아 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