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휴일 잊고 달리는 '사랑의 버스'

입력 | 2003-02-16 21:05:00


경기 부천시 버스업체인 소신여객의 ‘아마추어무선통신봉사회’ 소속 40명의 운전기사들은 이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여행 가이드’로 통한다.

매달 한 차례 30∼4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해 한국의 전통 문화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테마여행을 무료로 하고 있기 때문.

이 모임이 이런 테마여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선행(趙善行·45)씨가 버스를 몰다 알게 된 한 방글라데시 근로자로부터 불법체류와 인종차별 등으로 인한 한국에서의 어려운 생활에 대해 들은 뒤 회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제안한 것.

여행 목적지는 한국민속촌 등 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칫 한국인에게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경비는 회원들이 매달 1만원씩 내는 회비로 모두 충당한다. 회원들은 테마여행 때 음식 재료와 취사도구를 가져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회비를 모아 2001년 구입한 45인승 중고버스가 이 모임의 재산목록 1호. 버스 운전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 핸들을 잡는다.

아마추어무선통신(HAM)에 관심이 있는 운전사들이 모여 98년 만든 이 모임은 지역 장애인과 혼자 사는 노인들의 바깥 나들이도 도와주고 있다. 시민 덕분에 회사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겠다는 것.

부천지역 11개 사회복지관과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차량 지원을 요청하면 전국의 유명 온천과 놀이시설 등 어디든지 달려간다. 한 달에 평균 10∼15회 정도 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는 거의 휴일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이들의 봉사활동이 알려지면서 수도권 일대 복지시설에서 차량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일손이 부족해 모두 응하지 못하는 것을 회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질서 캠페인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매주 한번 출근시간대에 소사구 송내동 등 교통 혼잡지역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씨는 “회원들이 격일 근무를 하고 있어 봉사활동이 가능하다”며 “외국인 근로자와 장애인들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회는 지난해 12월 부천시가 주관한 ‘2002 부천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