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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해명 의혹만 키웠다]현대 對北 7대사업 의문점

입력 | 2003-02-16 22:36:00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은 16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대북 송금 경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직후 별도로 ‘7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이는 정 회장이 앞서 ‘5억달러 송금은 7대 사업 독점권의 대가’라고 해명한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대 사업이라는 게 대부분 아직 구상단계여서 성공 여부를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남북한 관계, 북한의 국제사회 신뢰 회복 등의 변수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성사가 결정될 전망이다.

7대 사업은 △철도사업 △통신사업 △전력사업 △통천비행장 △금강산 수자원 이용 △임진강댐 △주요 명승지 종합관광사업 등이다. 금강산사업과 공단사업은 2000년 5월 잠정합의한 7대 사업엔 포함되지 않았으나 금강산 및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북측의 ‘성실한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8월 합의서를 교환할 때 추가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아직은 ‘서류상 구상단계’=현대가 밝힌 7대 사업 내용을 보면 대부분 추진단계에 있는 것이다. 우선 철도사업 가운데 최근 남북 당국자간 합의를 본 것은 경의선 및 동해북부선 연결 사업 정도. 경원선 및 금강산선 연결, 열차 및 철도기지 운영사업 및 대륙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계한 사업은 아직 구상중인 단계다.

통신사업은 유무선사업 및 국제 전화망, 이동통신망 설치, 데이터 및 인터넷망 설치 등 북측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 현대에 앞서 북한과 휴대전화사업을 시작한 태국의 록슬리 퍼시픽은 작년 말부터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발전시설 건설 및 전력공급사업은 개성공단이 착공되면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 현대는 해외 자본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통천비행장 건설사업은 강원 통천군에 연간 30만명(관람객)을 수송하는 비행장을 건설해 백두산 칠보산 관광의 교두보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성사를 위해선 남북간 항공운송에 대한 협정이 전제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이 밖에 금강산댐 및 주변 하천 일대의 수자원을 남측에 공급하는 금강산 수자원 이용사업도 당국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다만 개성공단 등에 용수를 공급하는 임진강 유역댐 건설사업은 현재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되고 있다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개성 등 북측의 주요 명승지를 개발하는 관광사업은 개성을 제외하고는 서류상의 사업계획으로 남아 있다. 개성관광은 개성공단 착공 후 이르면 3월 중에라도 성사될 전망이다.

▽금강산 및 공단사업=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아산의 핵심사업으로 그나마 가시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금강산사업은 해금강 남단에서 원산까지 약 100㎞에 이르는 구간을 세계적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것. 이를 위해 현재 금강산지역은 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공단사업은 개성공단과 경공업단지 건설이 골자. 개성공단은 총 200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해 이 가운데 800만평은 공장으로, 1200만평은 배후 신도시로 개발해 분양한다는 것. 또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고향인 통천지역엔 관광기념품 농수산물 등을 생산 가공하는 3만평 규모의 경공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7대 대북사업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국외의 대규모 자금투입이 필수적”이라며 “독점권을 얻었다지만 워낙 내용이 방대해 구체적인 비즈니스 계약이라기보다는 선언적인 성격이 크고 실제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현대가 조정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성=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