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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대륙의 섬’ 스위스 바다정복?

입력 | 2003-02-17 18:03:00


‘팀뉴질랜드’냐 ‘알링기’냐.

뉴질랜드 하우라키만에서 열리고 있는 제31회 아메리칸컵 요트대회 결승전은 뉴질랜드와 스위스의 해양전쟁. 천문학적 금액과 첨단 기술을 투입해 만든 요트끼리의 레이스이기에 그 승패엔 양국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15일부터 9전5선승제로 시작된 이번 결승에서 현재 알링기호가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이겨 2승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1차레이스에서는 팀뉴질랜드호가 기어 파손으로 기권했고 16일 2차레이스에서는 알링기호가 7초 앞서 승리했다.

알링기호의 초반 연승은 전문가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혀를 내두를 만한 이변.

팀뉴질랜드호는 3연패에 도전하는 관록의 주인공인데다 홈의 잇점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알링기호는 신출내기.

승부의 분수령은 18일의 3차 레이스. 알링기호의 쾌승이냐, 팀뉴질랜드의 뒤집기냐가 이 한판에 달려있다. 이어 20,22,23일엔 4∼6차 레이스가 펼쳐진다.

알링기호 대 팀뉴질랜드호의 대결은 사람 대 과학의 대결로도 불린다. 이유는 이렇다.

유럽 국가로 처음 아메리칸컵 우승을 노리는 알링기호의 스폰서는 어네스토 베르타렐리. 유럽랭킹 3위 규모의 생명공학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베르타렐리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7000만달러(약 840억원)를 투자했다. 선체 제작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힘을 쏟은 것은 선원 스카우트.

베르타렐리는 직접 항해사로 나섰고 팀뉴질랜드호 2연패를 이끌었던 스키퍼 러셀 쿠츠를 데려와 알링기호의 지휘를 맡겼다. 또 기술담당 브래드 버터워스 등 팀뉴질랜드호의 주요 멤버까지 영입했다. 여기에 독일 출신으로 올림픽 요트 부문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한 요헨 슈헤만을 전략가로 임명하는 등 최고의 요트맨들로 ‘드림팀’을 짠 것.

반면 항해의 사령관격인 스키퍼 쿠츠를 빼앗긴 팀뉴질랜드는 최첨단 과학을 동원해 선체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2000년 열린 지난 대회에서 배 밑바닥 용골 부분에 날개를 다는 첨단 기술로 2연패를 이뤘던 팀뉴질랜드호가 이번에는 어떤 첨단 과학 기술을 접목시켰는지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그러나 1차레이스에서 바닷물이 배 안으로 밀려들어 기어가 고장난 것을 볼 때 새 ‘비밀 무기’가 고장을 일으킨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1,2차레이스에서는 사람이 첨단 과학을 누른 셈. 그러나 승부를 점치기는 이르다. 하우라키만 앞바다에 띄운 부표를 6번을 도는 총 18.5해리(34.262㎞)에서 펼쳐지는 이 해양전쟁은 변화무쌍한 파도 만큼이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