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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김영훈씨 佛 제과월드컵 2개부문 우승

입력 | 2003-02-17 18:05:00

지난달 26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과 월드컵’행사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얼음공예 부문에서 우승한 ’제과왕’ 김영훈씨가 자신이 만든 다양한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권주훈기자


“어학실력을 무기로, 이론과 실제를 두루 겸비한 제과(製菓)의 세계챔피언이 되겠습니다.”

김영훈씨(22)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과월드컵(Coup du monde de la patissere)’에 처녀 출전해 아이스크림 케이크 만들기와 얼음공예 부문에서 우승했다.

제과월드컵은 87년부터 시작돼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미국 일본 벨기에 영국 프랑스 등 선진 20개국에서 참가해 초콜릿공예와 디저트, 설탕공예 등 3개 분야의 최고수를 가린다. 한국대표가 개인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

3명이 참가한 한국팀은 김씨의 활약에 힘입어 종합순위에서도 8위를 차지,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경우 칼로 잘랐을 때 단면의 균일도, 부드러움, 디자인, 맛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제과기능장인 김영모씨(50)의 차남인 그는 서울 영동중학교 1학년 재학시절 “대를 이어 빵과 과자를 만들겠다”며 제과 제빵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영국 배스지역의 다운사이드사립학교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리옹의 세계적 명문인 ‘그레타 다딜리 프랑수아 르베’ 제과학교에 진학했다.

“국제위생학이나 디자인 등의 학문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게 그의 말. 영어 프랑스어가 능숙해진 그는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다국적 입맛’을 익혔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과일이나 초콜릿케이크를 만들 때는 과일과 초콜릿 함유량이 아주 진하지만, 일본은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원재료 함유량의 수위를 적정하게 낮춘다는 것.

학교의 추천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김씨는 프랑스 국가훈장을 받았던 명인(名人)기능장 가브리엘 파이야송의 제과점에서 인턴생활을 하기도 했다.

“밀가루 반죽이나 초콜릿 재료만 던져놓고 ‘네 마음대로 만들라’고 하시더군요. ‘빵’ 하면 떠오르는 기계적인 발상을 없애고 ‘창의적인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던 좋은 시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딴 ‘김영모제과점’(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제과사로 근무 중인 김씨는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기능올림픽에 대비해 양과자, 초콜릿, 설탕공예 제작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세운 최고기록(지난 대회 4위)을 깨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