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투수 호곤이(17세)는 요즘 타격 연습만 한다. 3년을 끌어온 어깨 부상 때문에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았지만 시기를 놓쳤고 경기 일정 때문에 재활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타자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도 늦었다.
강속구 투수였던 호곤이는 중학생 때부터 매 경기에 선발로 나가 완투를 했다. 한 경기에 100개 이상 던지기 일쑤였고 150개를 넘기기도 했다. 1∼2일 간격으로 경기가 벌어지는 전국 대회에서 8경기 연속 등판한 적도 있었다.
팀 성적은 진학과 직결돼 기량이 처지는 다른 투수를 기용할 수도 없었다.
감독은 몸을 기울이고 팔꿈치를 뒤로 넘기는 호곤이의 투구 자세가 부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구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교정하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진 뒤 찾은 의사는 야구를 그만두라는 얘기 뿐이었다.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 부상은 ‘과사용 증후군’의 극단적인 예다. 가랑비에 속 옷 젖듯이 반복되는 자극으로 인해 인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일찍 발견해 수술과 재활운동으로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이지만 여러 사정이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한 경기 당 투구 수가 75개를 넘으면 조직 손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로해진 근육과 인대가 회복하는 데에는 3∼4일이 걸린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나이에 따라 투구 수를 제한하고 4∼5일의 등판간격을 지키는 등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망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고 소질은 있지만 기량이 덜 다듬어진 다른 투수들에게 골고루 기회게 돌아간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학교마다 제2, 제3의 박찬호가 피기도 전에 시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http://kosm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