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타자인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18일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소망과 목표 등을 밝히고 있다. 메사=김상수기자
‘사느냐, 죽느냐.’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타자인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24)에게 올 스프링캠프는 ‘생존 경쟁’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요한 시험무대다.
컵스는 지난해 주전 1루수 프레드 맥그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 최희섭에게 주전자리를 주는 듯 했지만 LA다저스에서 노장 에릭 캐로스를 영입해 만약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놨다. 이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주전도약을 하느냐 못 하느냐는 순전히 최희섭의 몫.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피츠파크에서 맹훈련중인 최희섭을 만났다. 메사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함께 한달여간 개인훈련을 하며 몸을 만든 최희섭은 19일 팀에 합류해 본격적인 스프링트레이닝을 시작한다.
ML 스프링캠프 생생화보
―신임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는 인사를 했나.
“사흘 전에 만났다. 베이커 감독이 ‘올해 함께 잘 해보자’고 말했다.”
―베이커 감독이 상대 선발투수가 왼손일 때는 캐로스, 오른손일 때는 최희섭을 기용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는데….
“나는 왼손 투수에게 약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이 더 치기 편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3할 정도는 때려냈다. 좌완일 땐 어깨를 닫아놓고 치니까 더 좋은 타격이 나온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미국의 각종 매스컴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꼽았는데….
“물론 기분 좋다.(웃음) 이제 유망주가 아닌 진정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1루수 자리를 꼭 확보해야 한다.”
―1루 경쟁자인 캐로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찬호 형이 LA다저스에서 뛸 때 난 고교생(광주일고)이었다. TV를 통해서 캐로스의 플레이를 보고 처음엔 ‘정말 어설프게 야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시즌에 그렇게 많은 홈런과 안타를 때려내는 걸 보면 정말 잘하는 선수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등번호는 19번 그대로 쓰나.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 마이너리그 백넘버인 19번을 그대로 쓴다. 구단에서 지정해 준 번호다. 여기서 한 19년 정도 야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전화가 없는 걸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야구할 때는 가족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인터뷰가 끝나자 폴 설리번이라는 시카고 트리뷴 기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희섭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올라간 뒤부터 인터뷰가 부쩍 많아졌다”며 웃었다.
메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