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밤 1시” 10일부터 2교대 생산을 시작한 르노삼성차 근로자들이 오전 1시경 자동차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김해공항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달려간 신호공단 내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오후 5시를 넘어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공장을 빠져나온 근로자들이 10여대의 퇴근버스에 올라탔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20, 30대로 젊었다. 르노삼성차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29세다.
퇴근 근로자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 들어간 조립공장 안. 멈춰진 기계들로 조용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밤 9시부터 시작되는 야간 근무를 위해 기계정비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10일부터 르노삼성차가 ‘역사적인’ 2교대 근무에 들어가면서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2교대 근무는 1997년 말 부산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르노삼성차는 이제야 세계 자동차업계에 제대로 된 자동차생산업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주간근무(오전 8시∼오후 5시)에 야간근무(오후 9시∼다음날 오전 5시45분)가 덧붙여지면서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10만대에서 최대 24만대로 늘어났다.
안웅섭(安雄燮) 생산담당 전무는 “차량 출고 대기시간을 현재의 60일에서 30일 미만으로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8시5분이 되자 야간조 근로자들이 하나둘 공장으로 들어왔다.
탈의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직원들 사이로 이종덕(李鍾德) 조립팀장이 들어와 “잠 잘들 자고 왔어? 자네들 건강이 품질이야!”라며 농을 던졌다.
생산시작 10분 전 ‘트림(trim·차체 내장 및 전장 조립)-A’ 공정반에선 김상연(金霜淵) 공정장이 “공정 사이클을 꼼꼼히 마무리하라”는 주간조의 전달사항을 후배 근로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르노삼성차는 2교대 근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600여명의 신입사원을 새로 뽑았다. 이 중 상당수가 야간조에 편성돼 있어 각 공정장은 이들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신입사원 한 명마다 선배 근로자 한 명을 붙여줬어요. 삼성차 시절 일본 닛산에 연수를 다녀온 1400여명 중 45% 정도가 회사에 남아있죠. 이렇게 생산 노하우가 계속 전수됩니다.”(김 공정장)
이 덕분일까? 2교대 근무 시작 이래 공장 가동률은 무려 99%에 이르고 있다. 9시 정각이 되자 주간근무 종료 후 꺼져있던 생산현황판에 불이 들어왔다. 30분 전부터 자기 자리를 정리해둔 근로자들은 곧바로 조립에 들어갔다.
야간 근무의 취약시간은 오전 3시. 2시간마다 10분씩 주어지는 휴식시간이 이때는 15분이 된다. 이 시각 공장 밖은 고요 그 자체. 3시15분이 되자 다시 공장은 1분30초마다 1대씩 공장 밖 출고대기장으로 완성차를 쏟아냈다.
오전 5시45분. 퇴근하는 야간조 근로자들의 머리 위 생산현황판이 ‘오늘 목표 268대, 오늘 생산 289대’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퇴근하던 ‘섀시-B 공정’ 하종원(河淙元) 공정장은 “2교대 근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르노삼성차의 발전은 부산 지역경제와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