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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엿보기]코트 밖의 스타들 ‘색깔있는 휴식법’

입력 | 2003-02-19 18:08:00

“밍크는 내동생” ‘코트의 골리앗’ 서장훈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완견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권주훈기자


국내 프로농구 최장신 선수 서장훈(삼성·2m7).

모처럼 경기가 없는 휴일을 맞아 19일 서울 잠원동 집을 찾은 그가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몇 발을 떼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귀신같이 알아차립니다. 어찌나 기특한지….”

서장훈의 ‘개 사랑’은 유별나다. 올해로 일곱 살이 된 하얀 마르티스종 애완견. ‘밍크’라는 예쁜 이름에 앙증맞은 체구를 지녔다. 서장훈의 큰 체구에는 사냥개 같은 대형견이 어울릴 법 하지만 정반대. 키가 30㎝가 좀 넘을 정도고 몸무게 4.2㎏의 밍크는 서장훈의 품을 떠날 줄 몰랐다.

7개월여의 긴 시즌 동안 서장훈의 유일한 즐거움은 애견과 함께 노는 것. 잠도 같이 자고 식사도 함께 하며 연일 고단한 몸과 마음을 달랜다고. 밍크를 키우면서 보신탕 집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서장훈은 애견 잡지까지 정기구독하는 열성파. “지방으로 원정으로 떠나면 아빠 엄마보다도 개 안부부터 먼저 묻는다”는 게 어머니 김정희씨(54)의 말. 서장훈은 “늘 한결 같이 대해주고 즐겁게 해줘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동양 김병철은 용인 숙소에서 키우는 양치기 개 콜리를 자랑스러워한다. 지난해 9월 양평에서 공짜로 분양 받았는데 소속팀 동양의 2년 연속 우승을 바라며 ‘챔프’라는 이름을 붙어줬다. “다른 개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점프를 하면 긴 코가 제 얼굴에 닿을 만큼 덩치가 크지만 얼마나 순한지….” 김병철은 아침이면 챔프와 산길을 달리며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도 기른다고 한다.

SK나이츠 황성인도 애견파. 5개월 된 수컷 독일산 미니어처 슈나우저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뒤 한달 된 강아지를 35만원을 주고 샀다. 용인 숙소에서 독방을 쓰면서 애완견을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는 것. 올 시즌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황성인은 “게임에 진 날 방에 들어오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또또를 보며 기운을 차린다”고 애견 예찬을 털어놓았다.

SK나이츠 조성원 5000조각 퍼즐 척척

‘캥거루 슈터’ 조성원(SK나이츠)의 취미는 그림조각 퍼즐 맞추기다. 현대(현 KCC) 시절인 97년 처음 시작, LG로 트레이드된 뒤 잠시 잊고 지냈으나 SK나이츠로 둥지를 옮긴 올 시즌 다시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초보단계인 500개짜리 조각부터 시작했으나 요즘에는 5000개 조각으로 된 퍼즐에 도전할 만큼 마니어가 됐다. “한 조각 한 조각 맞추다보면 집중력이 늘고 잡념도 사라진다”는 게 조성원의 자랑.

LG세이커스는 모 기업이 LG전자여서 그런지 유난히 컴퓨터 게임족이 많다. 서울 방이동 숙소에서는 휴게실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이용하고 원정을 가면 PC방을 찾아 게임에 빠져드는 것. ‘육각 슈터’ 조우현은 스타크래프트에서 팀 내 최고수로 통하며 고참 강동희는 인터넷 고스톱 애호가.

서장훈 보다 키가 33㎝나 작은 1m74의 프로농구 최단신 김태진(모비스)은 수준급 컴퓨터 실력으로 자신의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www.ddackgi.co.kr)를 직접 운영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정재근(KCC) 문경은(SK빅스) 이상민(KCC)은 당구 300실력의 고수로 짬이 나면 주로 당구장에 들른다. 프로농구 최고령 허재(38·TG)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걸맞게 원주 숙소에 있을 때는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근처 찜질방에서 땀을 빼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