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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문제점]發火지점 고의 은폐의혹

입력 | 2003-02-19 18:38:00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를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사고 지하철 기관사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근무자들이 직무를 유기했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의 과실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경찰은 19일 사건 당일 지령업무를 맡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직원 7, 8명과 전동차 기관사를 불러 업무상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의 최초 발화지점은 1079호 전동차의 기관실 다음 칸인 2호 객차라는 사실이 밝혀져 대구지하철공사측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발화지점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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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경찰은 종합사령실이 사건 당일 오전 9시55분35초경 대구역을 출발, 화재 현장인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1080호 전동차(기관사 최상열·39)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전동차 기관사 최씨가 사령실로부터 중앙역에 화재가 났다는 무선지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사령실의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사령실 근무자가 화재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냈다.

그러나 경찰은 사령실 근무자들이 1080호 전동차가 중앙역 전역인 대구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저지하지 않은 경위를 캐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1080호 기관사 최씨를 상대로 ‘기관사는 사고발생 우려시 즉시 정차하고 사령실에 보고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대구지하철 전동차 기관사 운전규범(195조)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전동차 출입문을 모두 열고 승객과 함께 대피했다”고 주장했으나 1080호 전동차 승객들은 “전동차 문이 열리지 않아 코크를 연 뒤 손으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최씨가 사건 직후 행적을 감췄다가 11시간 만에 경찰에 자진출두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화재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지하 3층에는 배연설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내고 지하철역 설계상의 하자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최초 발화지점= 최초 방화가 일어난 곳이 1079호 전동차의 2호 객차라는 사실이 사고 발생 30시간이 지난 19일 오후에서야 밝혀졌다. 대구지하철공사 사고대책본부는 그동안 계속 발화지점이 5호 객차라고 발표해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당초 기관사가 있던 객차와 반대쪽인 5호 객차에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잘못 판단했었다”며 “1079호 기관사가 의식을 회복하면서 2호 객차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처음부터 기관실 바로 뒤 객차에서 불이 났다고 한결같이 진술했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책본부가 발화지점을 5호 객차로 발표한 것은 최초 발화지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불의 발생지점을 기관사와 떨어진 곳으로 발표해 기관사의 초동조치 미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대책= 대구시는 이날부터 5일간을 ‘시민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관공서에 반기를 게양하고 시민들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을 달도록 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현재 127명이 숨지고 145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대구시민회관에 상황실과 합동분향소, 유가족 및 실종자 대기실 등을 설치하고 유가족들과 보상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다. 대구지하철본부는 시민 편의를 위해 이날 오전부터 화재피해가 심한 6개역 4.8㎞ 구간을 제외한 지하철 1호선 하행선 대곡∼교대간 9.1㎞와 상행선 안심∼동대구간 11㎞의 지하철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지하철 완전 정상운행은 4월 중순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원경미씨(30·여·대구 동구 방촌동)등 10명에 대한 장례가 사망자 가운데 처음으로 20일 곽병원 등 7개 병원에서 각각 치러진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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