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방화 참사 사건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풀리지 않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워낙 어처구니없는 사고이지만 점차 대구지하철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동차의 전원 차단에 대한 바뀌는 진술=사고 당일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전동차의 주행용 전원이 화재를 감지해 자동차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대구지하철공사 전기통신팀은 전력 차단이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을 냈다. 1079호 열차에서 발생한 화기(火氣)가 전력선을 녹여 합선을 일으켰거나 전동차 내의 전기설비가 불에 타 녹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뒤늦게 “중앙로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2개 변전소에 설치된 ‘보호계전기’가 전동차의 합선을 감지해 전력을 자동차단했다”고 말을 바꿨다.
전력공급을 왜 수동으로 재개하지 않았는지도 의문. 지하철공사측은 “1080호 전동차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어도 합선 등으로 또 차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강장 비상등이 작동 안 한 이유=승강장의 비상등이 화재 발생 당시 켜져 있지 않아 수많은 승객이 출입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피해가 커진 것도 문제.
지하철공사측은 승강장의 비상등이 항상 켜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내 환기시설과 조명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실에 문제가 발생할 때만 작동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기실의 배전시스템은 정상 가동돼 비상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전동차에 대한 전력공급이 자동차단되는 ‘비상상황’에서 승객의 피난을 유도하는 등이 켜지지 않은 것은 시스템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종합사령실은 무엇했나=1080호 전동차에 정지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령실 관계자는 이미 화재가 발생한 1079호 전동차 기관사 최정환씨(34)와 연락하느라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사령실 내 전동차 운전 및 전력사령실에는 사고 당시 각각 3명씩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CCTV를 통해 화재현장을 모니터할 수 있었는데 이를 즉시 확인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당시 모니터에는 방화장면, 매연이 번져나가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녹화되어 있었다.
대구=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