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지퍼게이트를 두고 온 세상이 욕하고 낄낄대고 있을 때 필자의 전문가적 본능에서 흘러 나왔던 한마디가 아내에게 말꼬리를 잡혀 거의 맞아 죽을(?) 뻔 했던 일이 있다. 그저 혼잣말로 “클린턴이 무슨 죄냐, 그 사람 남성호르몬이 시키는 대로 한 거지”라고 했던 건데 “그럼, 당신도 당신 남성호르몬이 시키면 그렇게 하겠네. 으흥?”
아무튼 그 뒤 노화방지에 대한 방법을 이야기할 때 입조심을 하자는 말도 넣는다.
남성호르몬 중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경우 대부분 고환에서, 여성은 난소와 부신에서 생산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에는 남성으로서의 성징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다가 30세경부터는 해마다 1%씩 감소하여 50세경엔 30% 이상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신체적 현상을 남성갱년기라 부르는데 50∼55세 남성의 거의 70%에서 나타나며 드물게는 30대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갱년기의 첫 번째 신호는 주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80% 이상이 성욕감퇴를 경험한다. 이와 더불어 발기부전이 자주 나타나는데 발기가 안 되거나 발기가 되어도 유지가 잘 안 되어 성관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져 남성으로서 자긍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갱년기 남성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발기부전이다. 새벽 발기 또한 드물게 나타나는데 이는 남성갱년기 진단에 중요한 징후 중 하나이며 테스토스테론, 특히 활성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주 원인이다. 영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고 성행위가 줄면 요도와 방광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의 수축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기된 상태의 음경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함께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 때문에 배우자와의 관계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대책으로는 감소한 만큼 보충해주면 된다. 초기에는 부작용을 우려해 반론도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NIA) 지원으로 이루어진 크로노스연구소 하먼 박사의 연구 결과는 보충요법에 힘을 실었다. 5년에 걸쳐서 시행된 연구 결과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으로 인한 우려할 만한 부작용은 없었던 것. 즉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행복요법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40세 평범한 한국 남성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서양인의 약 79%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남성이 서양인에 비해 성 기능 저하 등 남성갱년기 증상을 일찍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보충요법을 하게 되면 우선 성 기능의 개선, 에너지 증가와 함께 행복감이 생긴다. 둘째로 근육이 많아지고 지방이 적어진다. 기억력이 좋아지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떨어지기도 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성격과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자가 모든 일에 의욕적이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그 일부가 아로마타제라는 효소에 의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 즉 남성에서 이 효소가 많으면 여성화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효소는 지방조직에 특히 많다. 남성이 뚱뚱할 경우 여성호르몬의 합성이 더 많아져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저하 증세가 많이 나타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청소년기의 남자아이가 뚱뚱하면 음경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지방조직의 분해인데 이는 운동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반드시 지속적으로 해야만 효과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그의 건강에 관해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조언을 할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그랬을 터인데 젊고 예쁜 여자와 단둘이 있게 되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빠뜨렸던 것 같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