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가 스며드는 1080호 전동차 사진 속의 주인공들. 극적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들은 신원미상의 맨 왼쪽 중년 남자⑥의 생사를 몰라 안타까워했다.왼쪽부터 김주연① 안승민② 이현경③ 김소영④ 안세훈씨⑤. -박영대기자
김주연(23·대학생) 안승민(34·회사원) 김소영(29·학원강사) 이현경(21·대학생) 안세훈씨(20·취업준비생) 등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5명은 21일 입원해 있는 영남대 부속병원 한 병실에서 한데 모여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속 왼쪽 좌석에 앉아 손으로 입을 막고 있던 김주연씨는 “지하 2층에 화재가 난 줄 알았다. 어차피 바로 나가도 불 속으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다”고 사진이 찍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른쪽 의자 쪽에서 녹색 파일을 들고 서 있던 이현경씨는 “지하철 들어올 때 게시판에 불이 붙은 것을 봤다”며 “‘다음 역으로 갈 테니까 앉아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있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도 불안해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객차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 사람들이 탈출할 때 같이 무리를 지어 나왔다고 말했다. 전기가 끊기고 시커먼 연기가 역 구내를 가득 메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치며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 오른쪽에 등을 숙인 채 앉아 있던 안승민씨는 “내 옷을 뒤에 어떤 여자가 잡고 따라왔고, 또 그 여자의 옷을 또 다른 여자가 잡고 따라왔다”며 “지하 1층까지 어둠과 연기를 헤치며 겨우 나오자 그제서야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와 모두 영남대 병원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의자 두번째에 앉아 있던 김소영씨는 “생사가 엇갈리는 급박한 순간을 함께한 이들과 나가서도 계속 연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숨을 구했지만 이들은 아직도 당시 상황을 생각할 때면 몸서리를 친다.
군복 상의에 모자를 쓰고 오른쪽 편에 앉아 있던 안세훈씨는 “그 상황이 생각날 때마다, 또 누가 그때 상황을 물어볼 때마다 난 진정제를 먹어야 한다. 당시를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연씨 왼쪽에 앉아 두 손을 모아 입을 막고 있던 남자 승객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구=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