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는 젊은 수학자 김혁주 원광대교수(42·수학정보통계학부)가 반가운 메일을 보내왔다. 김교수는 99년 본지에 일본식 야구용어인 ‘방어율’과 ‘장타율’이 수학적으로 잘못된 표현임을 지적해 ‘평균자책’과 ‘장타력’으로 고쳐 쓰게 한 주인공. 2001년에는 한국통계학회에서 발행하는 ‘응용통계연구’란 학술지에 ‘스포츠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통계적 개념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김교수가 제기한 문제는 주초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승인된 프로야구의 다승순 순위결정 방식. 야구는 좋아해도 수학이라면 머리부터 젓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우선 김교수는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용된 무승부 제외 승률제부터 꼬집었다. 이 제도는 기자도 똑같은 이유로 도입 초기에 문제를 제기했던 대목이다.
수의 세계란 참으로 오묘해서 승률이 5할을 넘을 경우 승차가 같으면 무승부가 많을수록 승률이 높다. 예를 들면 133경기중 A팀은 2승130무1패를 했고 B팀은 67승66패를 했을 경우 승차는 +0.5경기로 같지만 승률은 A팀이 0.667인 반면 B팀은 0.504에 불과하다. 무승부 제외 승률로는 무려 0.163이나 차이가 난다.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하는 KBO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올해 도입한 다승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다승제는 무조건 승수가 많은 팀이 상위팀이 되는 제도. 승수가 같아서 순위를 따로 가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승부는 패배와 마찬가지가 된다.
이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폐단은 원정팀의 경우 마지막 12회말 수비때 최선을 다해 무승부로 막거나 대충 지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원정팀이 상위권이고 상대가 전체 순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하위권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두 번째는 비로 경기가 연기돼 시즌중 팀간 경기수가 차이가 나면 중간순위는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팀간 10경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5할 승률조차 안되는 40승45패인 팀이 39승36패인 팀을 제치고 앞 순위에 포진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97년까지 사용했던 무승부 포함 승률제로 복귀하거나 아니면 월드컵 축구에서 채택하고 있는 ‘승리 3점, 무승부 1점, 패배 0점’의 승점에 경기수를 나누는 승점확보율제 적용을 주장했다.
순위결정 방식이 확정될 총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김교수의 지적이 ‘평균자책’과 ‘장타력’ 경우 처럼 또다시 외로운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