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포츠종합]약물파문 극복한 빙상스타 백은비

입력 | 2003-02-23 17:22:00

“난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떳떳하고 두려울게 없었다.” 제5회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약물 파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미녀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백은비가 태릉선수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기자


“네, 그럼 내일 오후 2시에 만나죠.”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분이 상쾌해 졌다. 사실 그와의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걱정이 앞섰다. 약물 복용 파문으로 계속 시달렸던 그가 쉽게 인터뷰에 응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화를 한 순간 이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미녀 빙상 스타’ 백은비(24·춘천시청). 그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이달 초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제5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백은비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 한국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고 1500m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성적도 성적이려니와 백은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끄는 미모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나중에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의무분과위원회는 정밀 검사 끝에 “금지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백은비가 부주의로 약을 잘못 복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메달 박탈 의사를 철회했다.

그렇지만 이런 최종 판정이 나오기 까지 백은비는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백은비가 제5회동계아시아경기대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얼음판을 질주하고 있다. 동아일보자료사진

―처음에는 금지약물로 정한 스트리치닌이 검출됐다고 했다가 금지약물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판정이 나왔는데….

“뭐,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단지 주위에서 날 못믿겠다는 듯 말도 안되는 것을 자꾸 물어오는게 더 괴로웠다.”

―그래도 도핑테스트에서 뭔가 문제가 되긴 된 것 아닌가.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거 같은데…. 선수촌 전담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전문가의 처방없이 소화제를 받은게 있는데 이 소화제를 먹고 문제를 일으킨게 아닌가하고 추측할 뿐이다. 이밖에 다른 약물을 복용한 적은 결코 없다.”

―눈이 참 아름다운데 부모님중 누구를 닮았는가.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41세때 늦둥이로 막내딸을 얻은 아버지께서는 오빠 둘과 언니보다 나를 정말 귀여워해주셨다. 사진관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사진기로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담는 일을 많이 하셨고 그래서 그런지 예쁜 눈을 물려받은 것 같다.”

―어디 모델 제의같은게 들어온 것은 없는가.

“(웃음) 없다. 모 방송국과 통신 잡지에서 출연 제의가 온 적은 있다.”

―스케이트 선수가 된 이유가 있을텐데….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자라다보니 몸이 약했다. 아버지 친구분이 권유해 스케이트를 시작했는데 소질을 보이자 아버지가 나를 빙상부가 있는 춘천교대 부속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열심히 후원해 주셨다.”

―선수로 성장하면서 부상 등 어려울 때는 없었는가.

“춘천교대 부속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옮겨 신사중과 경희여고, 한국체대를 나오는 동안 부상은 거의 없었다. 단지 마음이 약한게 탈이었다. 큰 경기가 있는 날 저녁에는 잠을 제대로 못자는 적이 많았다. 최근 2년 동안에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는데 이번에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일단 국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소속팀에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

―자신의 스케이팅 강점은 무엇이며 별명은 있는지….

“다리가 그렇게 짧지 않은 것 같은데 동료들은 나를 ‘숏다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유럽 선수들보다는 다리가 짧은게 사실이지만 지구력 만큼은 자신있다. 바로 내 강점이다.”

백은비는 요즘 인터넷 상에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그의 팬클럽 홈페이지만 6개가 생겼다. 백은비는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의 남자 친구로부터 항의아닌 항의를 받고 있다. 그의 남자친구는 “주위에서 백은비 정말 예쁘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스케이팅 외에 잘하는게 하나도 없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그림 그리기와 드럼을 배우고 싶다”며 큰 눈을 반짝이는 백은비. 순수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