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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약사부부 초보 육아일기]목욕시키기

입력 | 2003-02-23 18:43:00


“자, 승민아 목욕하자.”

오후 11시, 승민이는 울면서 짜증을 내고 있을 때라도 목욕시키려고 옷만 벗기면 방긋 웃는다. 목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어쩌다 목욕물에 ‘쉬’를 하거나 ‘응아’를 해서 엄마 아빠가 곤경에 빠지든 말든, 물에만 있으면 마냥 좋아한다.

승민이 목욕시키는 일은 우리의 중요한 일과다. 목욕시간을 통해 몸 상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부모와 아기의 피부접촉을 통해 유대감과 애착을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준비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큰 대야 2개에 팔꿈치를 넣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을 반쯤 받는 것 외에 유아용 삼푸, 비누와 큰 수건, 새 옷, 기저귀 등을 미리 준비한다. 목욕은 얼굴, 머리, 상반신, 다리 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씻겨 내려간다.

아내가 팔과 다리 부위를 열심히 씻기는 동안 나는 승민이를 잡고 춥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계속 부어준다. 머리를 감길 때나 얼굴을 씻길 때는 손으로 귀를 막아 귀에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5분 정도의 짧은 목욕이 끝나면 우리는 아이의 팔 다리에 오일을 발라주면서 마사지를 해준다. 마사지는 아기의 피부를 단련시키고 아기의 스킨십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간혹 목욕을 싫어하는 아기가 있다. 엄마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힘든 내색을 하면 아기가 목욕하기를 더 싫어하게 된다. 이때는 아기가 물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물만 살짝 몸에 묻히는 정도로 목욕을 끝낸다. 감기에 걸린 때는 며칠 동안 목욕을 피한다. 돌 이전의 아기는 일주일에 2∼3번 목욕해도 무방하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기에게는 목욕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아기라도 목욕은 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려움을 일으키는 물질도 없애주고, 보습도 할 수 있어 아토피를 완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