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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연료전지

입력 | 2003-02-23 19:47:00

연료전지 무전기


《2008년 2월.노연료씨가 새로 산'연료전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예전처럼 '부르릉'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달려도 희뿌연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았다. 노씨는 출발하기 앞서 휴대전화에 메탄을 몇방울을 넣었다. 요즘은 메탄올만 조금 넣으면 휴대전화가 일주일은 간다. 옆자리에 탄 아내는 소형TV에서 나오는 광고를 보더니 한마디했다. "올해는 아버님댁에 '연료전지 보일러'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물로 만들면서 전기를 얻는 장치다. 메탄, 천연가스, 메탄올에서 풍족하게 수소 자원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공해가 없고 효율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비행사들이 “연료전지 발전소부터 파괴하자”는 말을 한다. 5년 뒤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연료전지 자동차 '싼타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인환 연료전지연구센터장은 “2008년이 되면 연료전지 발전기가 설치된 가정이 국내에도 1만∼10만 가구쯤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전지 발전기는 가정에 들어온 도시가스로 수소를 만들고, 다시 전기를 만든다. 아파트 단지에는 훨씬 큰 연료전지 발전기가 들어서 각 가정에 전기를 공급한다. 지금처럼 커다란 송전탑이나 송전로가 필요없다.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다시 판다.

휘발유나 디젤 대신 수소를 태워 달리는 연료전지 자동차도 볼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말 연료전지 자동차를 처음 판매했다. 차 값이 3억원이나 돼 지금은 총리가 상징적으로 타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는 10만대 이상의 연료전지 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GM도 2012년 이후 연료전지 차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가 2000년 말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해 현재 미국에서 3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팀 임태원 부장은 “3년 안에 수소 4∼5㎏을 넣고 500㎞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2010년부터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국내에서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공간이 여유로운 버스나 전철, 배, 잠수함도 연료전지를 달고 지구를 누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수 박사는 “비싼 인공위성 대신 연료전지 비행선을 띄워 통신, 기상 관측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밝혔다.

휴대용 전자제품에도 배터리 대신 연료전지가 쓰이게 된다. 요즘 노트북PC나 PDA, 휴대전화의 성능 향상 속도를 배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를 이용하면 한번 충전해 2∼3일 쓰는 노트북PC가 가능해진다. TV, 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을 연료전지와 연결해 야외에서 쓸 수 있다. 휴대용 연료전지는 아직 기술적 난관이 많지만 나노기술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두 나라에 많이 뒤져 있는 상태다. LG환경·안전연구원 성준용 원장은 “정부가 주요한 대체 에너지인 연료전지 연구에 적극 투자해 21세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