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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문제점] 승객대피훈련은 한번도 안해

입력 | 2003-02-23 20:05:00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난해 10월28일 달서소방서와 합동소방훈련을 벌였다. 오랜만의 대규모 화재대비 훈련. 그러나 제목은 엉뚱하게도 ‘고층건물 화재시 대처훈련’이었다. 12층 높이의 지하철공사 건물 화재를 가정한 것으로 지하철역의 사고발생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훈련내용도 소방서 직원들이 30분 정도 소화기 사용법을 보여주는 게 고작이었다.

대구지하철공사가 지난해 기관사 비상훈련 등 직원교육에 사용한 예산은 연간 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본보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2002년도 종합안전방재관리계획 추진실적’에 따르면 대구지하철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직원교육은 335회로 연인원 8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사용한 예산은 고작 10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친절서비스나 의식개혁에 관한 외부강사 초청 강사료로 지출된 것으로 정작 중요한 직무교육과 재난에 대비한 비상훈련에는 전혀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인원 9만여명 가운데 5만여명은 친절서비스교육과 성희롱교육, 안전보건교육 등을 받았고 전동차와 승객의 안전을 위한 비상훈련에 참가한 직원은 1년 동안 50회 1890명에 불과했다. 한 회 평균 참가인원 37명 안팎으로 이는 비상훈련에 참가하는 역무원이나 기관사 등 현장직원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공사측이 한달에 한번 실시하는 전직원 소방교육도 ‘실전’과 거리가 먼 것으로 밝혀졌다. 간단하게 직원대피훈련을 하는 정도이며 승객을 위한 비상훈련은 전무한 실정이다.

연간 4회로 계획된 기관사(113명) 비상훈련은 분기당 30분씩 모여서 설명을 듣는 게 고작이다. 사고가 난 중앙로역 인접 반월당역의 한 직원은 “5년째 근무하지만 교육훈련에 참가한 적이 없으며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며 “근무인원이 빠듯해 계획대로 교육에 참가하기가 어렵다”고 실토했다. 재난에 대비한 대피요령(매뉴얼)에는 역구내 화재발생과 독가스 살포상황에 따른 조치요령이 규정되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실정이다. 이번 사고처럼 객실 안에서 불이 났을 경우 매뉴얼에는 행동요령이 명시되어 있지만(초기진압 실패로 불이 확대됐을 때 진입하는 열차는 무정차 통과시키고 후속열차 운행중지, 운전사령에 화재발생 상황을 급보하고 지시에 따를 것 등)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교육계획을 세운 대로 실시하고 예고 없이 비상훈련도 해야 하겠지만 인원이 부족한데다 재정도 열악해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