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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251…입춘대길(12)

입력 | 2003-02-24 17:14:00


“앗, 엄마 있다!” 소진의 목소리다.

미령은 볼 안쪽을 깨문 채 뒤돌아 막 두 살이 된 딸의 얼굴을 보았다.

“혼자 깨나서 아장아장 걸어왔나,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엄마는 하나도 몰랐다. 방금 전에 잠들었는데 벌써 깼나? 낮잠을 그래 쪼매만 자면 맘마 먹을 때 꾸벅꾸벅 졸면 어쩔라고. 엄마가 업어줄 테니까, 코 더 하자.”

“코, 싫어!” 소진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래, 그라믄 엄마하고 약속이다. 맘마 잘 묵는다고.”

“얌얌.”

“그래, 얌얌, 꿀꺽.”

“퉤 퉤”

“퉤 퉤하면 엄마가 맴매하고 화낼 거다. 먹재?”

“음.”

“그래, 착하다.” 미령은 딸의 천진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살며시 이마에 이마를 갖다댔다.

“오늘은 설날이다. 설날은 소진이 좋아하는 거 얼매든지 먹을 수 있다. 떡국도 있고, 부침개도 있고, 소진이는 수정과하고 식혜하고 어느 쪽이 더 좋나?”

“쭈, 쭈.” 소진은 입술로 쪽쪽 소리를 내면서 집게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찔렀다.

“지금, 마시고 싶나?”

“지금! 지금!” 소진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구, 지금이란 말, 처음으로 한 거 아이가?”

“지금! 지금!”

“우리 소진이 얼매나 영리한지 모르겠다. 날마다 새로운 말을 배우고. 앞으로 한 1년만 지나면 못하는 말이 없겠재. 엄마는 너하고 얘기하는 게 낙이다.”

“지금, 쭈!”

“지금은, 주방장 아저씨도 낮잠 잘 시간이다, 우짤까? 엄마하고 업빠하고 부엌에 갈까?”

“부엌!”

“그래, 엄마 등에 업혀라. 계단이 위험타.”

“위허매.”

“그래, 위험타.”

“그래, 위험하다. 굴러서 목뼈라도 부러지면 죽는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