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종영된 MBC 드라마 ‘위기의 남자’에서 친구의 남편을 빼앗아 욕먹었던 배종옥이 이번에는 남자에게 철저히 버림받는 역으로 등장한다.
3월 3일부터 시작되는 MBC 소설극장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월∼토 오전 9시)의 차문경은 유학간 남편에게 느닷없이 이혼을 당하고 그뒤 만난 동창생에게 버림받아 이혼녀와 미혼모라는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1990년 발표된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사회적 통념 속에 약자가 돼야만 했던 한 여자의 삶을 그렸다.
“처음 대본을 받고 요즘에도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었어요. 원작이 발표된지 10년도 넘었으니 오늘날 여성의 모습에 비추면 좀 답답하죠. 하지만 원작이 제기했던 문제, 남녀의 위상 차이와 결혼에 대한 환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 기저에 깔린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차문경은 사랑의 상처를 두 번이나 겪고도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미련한 여자다.
“인생에 있어 사랑은 가장 중요한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죠. 불행한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행복을 찾는게 인간입니다. 차문경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 속에서 그에 맞는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죠.”
그 역시 1993년 결혼 1년만에 이혼한 경험이 있다.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위기의 남자’ 때도 불륜에 연루된 30대 여성의 복잡한 내면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는 사랑과 배신, 이별을 다룬 전형적인 통속극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한철수 담당 PD는 배종옥이라는 인물의 폭넓은 연기력이 작품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차문경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요. 그게 고민이죠. ‘위기의 남자’때는 완전히 그 배역에 몰입했었고 그래서 많이 아팠거든요. 요즘 날마다 차문경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요.”
그는 최근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해 깊은 슬픔에 빠져 지냈다. 배종옥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나니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솟아났다”고 말했다.
4월 말 개봉 예정인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한 그는 “‘걸어서 하늘까지’ 이후 10년만에 영화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 작품에 출연하며 스태프들과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