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청북도가 대중골프장 건설 문제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충청북도 당국이 추진 중인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 속에 수년째 논란이 되어오던 대중골프장 건설계획을 다시 포함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은 충북도가 청주시 주중동 옛 종축장 부지 일대 17만8000평에 국제교류 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처음 충북도측이 추진한 대중골프장은 원래 이번 계획의 핵심시설로 총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도민들의 강한 반대여론에 부닥쳐 2001년 6월로 유보됐고, 같은 해 말 확정된 청주시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에는 완전 삭제되었다.
특히 충북도 당국은 대중골프장 유보 발표 당시 “대중골프장을 재추진할 경우 반드시 도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원종 도지사 스스로도 도내 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옛 종축장 지키기 도민대책위원회’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대중골프장을 재추진할 때는 도민대책위원회와 협의할 것이며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충북도는 지난해 말 수 차례 공언한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 변경안’을 작성했다.
특히 이번 변경안은 그 핵심이 대중골프장 재추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당초 조성계획에서 대중골프장이 삭제되고 생태학습장이 포함되었던 이유는 지역사회 내에서 대중골프장 건설이 보편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는 “골프가 이미 대중화된 스포츠로서 도민 체육증진과 국제적 인사들의 유치를 위해서는 컨벤션호텔과 대중골프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컨벤션호텔이 필요하지만 타산성이 적어 민간자본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되는 대중골프장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옛 종축장 지키기 도민대책위원회’는 “도유지와 도비를 투자해 조성하는 공공기관의 투자사업은 공익성 대중성 환경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대중골프장은 밀레니엄타운의 핵심시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는 밀레니엄타운 기본계획조차 작성되지 않은 1998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이다.
이제 충북도 당국과 이원종 지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 변경안에 대해 도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반영되어 1월 초 담당부서 책임자인 건설교통국장이 경질되기도 했다. 도민들은 마땅한 조치라 판단하면서도 사태 수습을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제 일방적 지방행정의 표본사례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기념비적인 밀레니엄타운을 조성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충북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염우 충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