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해요. 선생님이 무섭고 친구들이 괴롭힌다고 하네요. 선생님에게 여쭤봤더니 학교에서는 아주 생활을 잘 한다고 하던데….”
“아이가 얼마 전부터 아침만 되면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구토를 해요. 학교를 하루 쉬게 하면 낫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또 아프다면서 학교에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요.”
3월은 아이들이나 부모에게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는 입학의 계절이다. 학교에 간다는 것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흥분과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특히 새 학년에 올라간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할 때 부모로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학교거부증’ 또는 ‘등교거부증’이라 불리는 이런 증상은 초등학생의 약 5%, 중학생의 약 2%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하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기도 해 부모들을 애타게 한다.
답답한 마음에서 소아과를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아 보아도 결과는 정상으로 나오기 일쑤다.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으니 아이를 편하게 해주란 말만 듣고 돌아오게 된다. 숙제나 시험을 피하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닌가 의심도 해보지만 시험이나 숙제가 없을 때에도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한다. 실제 너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꾀병인 것 같지도 않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학교거부증’을 보이는 아이들의 심리는 대개 어머니와의 분리(또는 이별)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대개 아이들은 만 3∼4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일정시간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예민하거나 불안한 성향을 보일 경우, 어머니가 사소한 근심이 많거나 쉽게 불안해하는 경우, 또는 아이가 과잉보호를 받거나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의존적일 경우에는 어머니와 떨어지는 일이 공포에 가까운 불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치료과정에서 보면 “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집에 있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아이들에 대한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이가 아프면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은 후 늦게라도 학교에 데리고 가야 한다.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면 어머니가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간다든지, 언제든지 어머니에게 확인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안심시켜 학교에 보내야 한다. 일단 학교에 결석하게 되면 아이의 입장에선 집에서 TV를 보거나 부모의 관심도 더 받는 등 2차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선 학습문제나 친구문제가 생겨나 상황이 악화되고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부모가 단호한 입장을 취해 자녀가 학교에 꼭 가도록 해야 한다. 전학을 하거나 반을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며 담임교사 등과 상의해 반복해서 조퇴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아울러 불안해하는 아이에 대한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면 건강하게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윤형 '가족사랑' 서울정신과 원장·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