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19일 밤의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도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조금만 안전규정 이행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도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소송 사회’. 따라서 안전규정을 지상과제처럼 지키고 있다고 자부해 온 터에 화재 등 재난에 놀라울 만큼 취약한 점이 확인된 것.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된 불꽃놀이가 수백명이 밀집한 나이트클럽에서 이루어진 것부터가 문제. 클럽측은 불꽃놀이를 허가한 적이 없다고, 공연 그룹측은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흘 앞서 시카고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난투극에 놀란 1500여명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렸으나 문이 닫혀 있는 바람에 21명이 압사하고 50여명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들은 미국이 다중의 안전에 관한 한 유럽에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3일 “영국에서는 라이브쇼 중 사용할 물질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비상시 모든 사람이 2분 내에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허가가 난다”고 지적했다.
IHT는 또 “유럽에서는 모든 오락 관련 행사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화재안전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지방정부에 따라 들쭉날쭉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재난관리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는 행성이 한 줄로 늘어서는 것처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겹쳐 발생한다”며 “뜻밖의 사고는 미국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피해 규모는 만에 하나의 위험에 대비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