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유엔개발계획(UNDP)이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평균수명, 교육수준, 국민소득 등을 토대로 산정하는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 지난해 한국은 세계 173개국 중 27위를 차지해 상위그룹(53개국)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치안, 여가, 의료, 복지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가장 기본적 요인에 대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지표를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가 별로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불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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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범죄나 치안 면에서 안전한가에 대해 국민 4명 중 3명(75.0%)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여성, 특히 20대 여성들은 86%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와 관련한 의료서비스 환경에 대해서도 65.2%가 ‘좋지 못하다’고 평가했고, 31.2%만이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2000년 10월 국민체감지표 첫 조사이래 의료서비스 환경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었다.
여가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는 ‘좋은 편’ 41.1%, ‘좋지 않은 편’ 54.5%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으며 20, 30대 여성들은 35%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검토되는 상황에서 여가 환경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내는 세금 대비 사회복지 수준에 대해서는 77.5%가 ‘낮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높다’는 응답은 16.9%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34.4%가 ‘살기 좋다’고 답했으나, 64.3%는 ‘살기 좋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30대 여성층에서 불만이 높았다(76%).
사회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가능하다면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잠재우지 못했다. 응답자의 40.7%가 기회가 된다면 이민 가고 싶다고 답했는데 20, 30대에서는 절반 이상이,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3명 중 2명꼴(66.6%)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로는 ‘우리나라 정치 사회가 싫어서’(36.2%), ‘자녀교육 때문에’(33.1%), ‘경제적 이유’(24.5%) 등이 꼽혔다. 20대는 ‘경제적 이유’, 30대는 ‘자녀교육’, 50대 이상은 ‘정치 사회가 싫어서’라는 이유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적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경제▼
우리 국민은 ‘물가’와 ‘실업’을 가장 큰 경제문제로 보고 있었다. 2000년 10월 국민체감지표 첫 조사 이래 줄곧 이 두 가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로 꼽혀왔다. 여기에 ‘빈부격차’가 점차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로 물가안정(32.9%)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일자리·실업문제 해결(28.3%) 빈부격차 해소(19.9%)가 뒤를 이었다. ‘물가안정’은 특히 주부층(42.3%)에서 많이 꼽혔고, 20대 남성층은 ‘일자리 문제’(43.2%)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40대 남성층은 ‘빈부격차 해소’(32.4%)를 가장 우선적 문제로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해서는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86.1%로 매우 높았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에서도 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2001년 1월 10.3%, 2001년 10월 13.2%).
현재 개인적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35.4%가 ‘좋은 편’이라고 답한 반면 62.7%는 ‘좋지 않다’고 어려움을 나타냈다. 특히 농어민층에서는 76.9%가 자신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6개월 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35.0%로 많은 가운데 ‘좋아질 것’(31.6%)으로 보는 낙관적 견해가 ‘나빠질 것’(22.7%)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최근의 소비위축이나 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 등 세계경제 악화로 상반기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비하면 심리적 불안감은 덜 심각해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80.4%의 국민이 노무현 정부가 경제정책 수립 운용을 ‘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