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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문제점]‘낙하산人事’가 禍 키웠다

입력 | 2003-02-24 19:06:00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대구지하철공사(사장 윤진태·尹鎭泰·63)의 인사와 경영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전문가가 하루아침에 낙하산 인사로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앉았는가 하면 실무 책임자들도 비용 절감에만 신경을 썼을 뿐 정작 중요한 승객의 안전과 직원훈련 등은 도외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사=지난해 7월 취임한 윤 사장은 대구시 공보관과 수성구청 부구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의 자리로 오기 전에는 놀이공원 사장을 지냈다. 지하철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인 셈이다. 대구지하철공사 전임 사장들도 모두 대구시의 간부를 거친 퇴직 공무원으로 전문경영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1, 2대 사장은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출신.

현재 공사의 운영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김종구(金鍾九) 상무이사는 지난주 대구시지하철건설본부 총무부장을 하다 ‘내려왔다’. 역시 지하철 운영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의 연봉은 7000만원선. 연봉 외에 연간 5000만원가량의 업무추진비가 나온다. 그 외 사장에게는 2000cc급 승용차가 제공된다.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대구시의 이 같은 인사 형태에 대해 “지금처럼 대구시가 지하철공사 사장을 시 출신 공무원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영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지 구시대적인 ‘낙하산 인사’로는 경영을 더욱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영과 재정=95년 발족 당시 대구지하철공사의 정원은 1510명이었으나 99년 1월 1396명으로 줄었다. 현재 근무하는 인원은 1299명. 정원보다 97명이나 적다.

대구지하철공사의 현재 부채는 1조3000억원. 건설부채가 9200억원이고 운영적자가 3700억원이다. 지하철이 달릴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2001년 지하철 운행 적자는 400억원, 지난해도 350억원에 달했다. 공사측은 현재 시공중인 2호선이 2005년 완성되면 승객이 늘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을 뿐 현재로서는 적자를 줄일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재정이 어렵다보니 모든 경영방침이 승객의 안전보다는 ‘비용절감’ 논리로 집중되고 있다. 하루 승객도 98년 15만명에서 2000년에는 13만5000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14만5000명 선을 유지해 별 다른 증가가 없다.

김 상무이사는 “지하철 건설부채에 대해서는 공사의 힘으로는 도저히 갚을 길이 없다”며 “중앙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2호선이 완공되면 경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응=대구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내고 “승객 안전보다는 적자를 핑계로 경영효율만 내세우던 경영진이 이번 사고에서도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영진을 비난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대구시측이 지하철공사 경영진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사장 등 경영진 인사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대구지하철공사 개혁의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실시한 공사(公社) 평가에서 교통안전대상을 받았다.

대구=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