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로야구]‘도사’ 한희민의 下山

입력 | 2003-02-25 18:03:00

‘도사 한희민’. 충북 영동 마니산 중턱에 찻집을 차려놓고 자신이 직접 채취한 약초로 끓인 차를 마시고 있는 한희민. 동아일보 자료사진


‘도사’가 하산했다.

프로야구 한화 구단은 25일 전신인 빙그레 출신의 스타 한희민(41)을 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87년부터 93년까지 7년간 통산 80승51패 24세이브를 올리며 국내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다음달 30일까지 친정팀 후배들을 지도할 계획.한희민은 그동안 야구와의 인연을 끊은 채 충북 영동의 산골에서 난을 키우며 ‘도사’같이 살았다.

한희민은 마정길을 비롯, 신주영 허진석 등 팀에 3명이나 되는 언더핸드스로 투수의 지도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화는 오른손 투수는 이상군코치가, 왼손투수는 유종겸코치가 맡는 황금분할이 이뤄졌다.

한희민은 “요즘 잠수함들은 예전과는 달리 사이드암스로가 주류인 것 같다”면서도 “워낙 체격조건들이 좋아 던지는 요령만 잘 가르쳐주면 단기간에 훌륭한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3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은퇴한 한희민은 94년부터 2년간 대만 준궈 베어스의 에이스로 활동했다. 귀국후 2년간 대전에서 ‘한희민 야구교실’을 열기도 했던 그는 돌연 야구와의 인연을 끊고 ‘기인’이란 별명에 걸맞게 별난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충북 영동의 산속으로 들어가 찻집을 열고 난을 키우며 살았고 머리마저 길게 길러 도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2001년 그는 속세로 돌아와 선배인 강정길감독이 이끄는 청주기계공고의 인스트럭터를 맡기도 했지만 유성에서 ‘한희민의 산골이야기’라는 난을 재배하는 화원을 운영해왔다.

한희민은 “오랜만에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으니 모든 게 새롭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야구에 미쳐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