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주민과 방문객 등 1000여명이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풍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진영=최재호기자
“‘더 새로운’ ‘더 깨끗한’ ‘더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25일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시민들은 각 가정과 직장의 TV를 통해, 그리고 서울역 및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보며 각자가 꿈꾸는 ‘대한민국’이 이룩되기를 소망했다.
시민들은 “역경을 딛고 대통령이 된 만큼 앞으로의 난관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며 새 정부에 거는 기대를 나타냈다.
회사원 계명국씨(29·LG아트센터)는 “역대 정권은 요란하게 시작했으나 현실과 기득권의 저항 그리고 부패 등으로 말기에는 차별성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치논리에 사로잡힌 대통령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최돈관씨(35·국제변호사)는 “당선 후 논공행상으로 개혁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주요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된다”며 “당선에 대한 공보다는 능력 위주로 조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반드시 이뤄야 할 부분을 지적하는 등 좀 더 구체적인 희망사항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학생 이현구씨(24)는 “계속된 취업난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사는 상황”이라며 “말뿐인 취업지원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신현호(申鉉昊)씨는 “그동안 권력층의 부패, 병역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각종 수사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된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법조계가 원칙에 따라 충실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봉옥(金奉沃) 사장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이루려면 노동인력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외국인력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 정부가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다수가 새 정부에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해 주길 부탁했다.
회사원 이용진씨(32)는 “최근의 재벌수사, 대통령비서진 및 장관들의 면면을 보며 까닭 없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원칙은 중요하지만 관례와 사회적 문화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만큼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 대통령은 절반의 국민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나만이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독선보다 여론과 각 사회주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의 소박한 희망도 계속 이어졌다.
자영업을 하는 조천호씨(曺千鎬·57)는 “노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모두 나와 같은 개띠 동갑”이라며 “올해 46년생들은 모두 하는 일마다 잘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취임식을 지켜본 오갑진(吳甲鎭·49)씨는 “노 대통령은 한이 서려 있지만 소탈한 웃음을 짓는 하회탈과 많이 닮았다”며 “가장 한국적인 얼굴을 한 노 대통령이 서민의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모 회원 김부열씨(25·대학생)는 “다른 대통령들은 기업에 빚을 졌지만 노 대통령은 국민에 빚을 진 사람”이라며 “5년 동안 자신의 소신을 지켜는 것으로 빚을 다 갚았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