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옌니안(趙延年) 작 ‘아큐정전 1번’.
국립현대미술관이 봄을 맞아 대규모 전시를 선 보인다.
19일 막을 올려 5월5일까지 계속되는 ‘중국현대목판화전:혁명에서 개방까지, 1945∼1998’는 최근 정치 경제적 부상과 함께 주목되는 중국 미술의 또 다른 엿보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미술의 목판화 장르만 별도로 모은 최초의 대규모 전시.
이번 전시는 미국 출신 이스라엘 큐레이터 아이리스 왁스와 홍콩 큐레이터 장총중이 약 4년에 걸쳐 공동기획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 미술관 10여군데를 거쳐 한국에 오게 됐다.
중국 목판화의 역사는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만, 현대적 의미의 ‘창작’은 1930년 루쉰(魯迅)이 주도한 ‘창작판화운동’으로 촉발됐다. 루쉰은 목판화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칼, 종이, 잉크, 나무 한 조각으로 값싸게 여러 장의 사본을 만들 수 있어서 중국 농민의 교화 수단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 선 보이는 101점은 1945년 일제 패망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전개, 1960∼1970년대 문화혁명기를 거쳐 개방정책이 본격화 된 70년대 후반∼현재까지 이른다. 40, 50년대는 노동, 착취, 고통, 봉기등 주로 혁명을 내용을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60, 70년대는 건설과 산업현장 등에서 변모하는 사회체제를 반영하는 내용이 많다. 최근작들은 사회주의 이상향을 미화하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개방 사회로 가는 현실을 실감케 한다.
오광수 관장은 “때로 이미지의 전달에 급급한 한계도 있지만 떠들썩한 축제의 내용이나 풍요로운 중국 고유 도상(圖上)의 자유로운 활용은 중국 목판화가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중국 인민이 가장 사랑한다는 작가 자오옌니안(趙廷年)의 ‘아큐정전’시리즈. 한국을 대표하는 요절 판화가 오윤이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다. 매운 눈매와 툭 튀어나온 입술이 고집스러워 보이는 아큐의 얼굴은 근대중국의 자화상으로 일컬어진다. 개혁 개방이후 목판화의 호소력은 전반적으로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판화를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발전시킨 쉬빙을 비롯해 팡리준등은 국제스타 작가대열에 들어섰다.
한편, 4월15일까지 열리는 ‘신소장품 2002전’은 매년 새롭게 수집된 소장품들을 모아 공개하는 전시다. 공공 미술관으로서 소장품 내용과 방향을 대내외에 알리고 수집성과를 점검하는 전시. 구입및 기증등을 통해 2002년 수집된 작품은 총 285점. 올해 미술관 작품구입예산은 43억원으로 증액됐으며 1970∼1980년대 국내 원로 대가 작품구입에 집중적으로 쓰여진다는 것이 미술관측 설명.
지난해 구입한 영국의 세계적인 조각가 토니 크랙의 조각 ‘분비물(Secretion)’이 3억9000만원으로 최고가 구입작품이다. 손톱만한 검은 색 주사위를 일일이 이어붙여 만든 이 작품은 ‘똥’을 반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 02-2188-600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