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네덜란드 신문과 TV에서는 네덜란드축구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인 에드가 다비즈(30·이탈리아 유벤투스)가 가장 큰 화제로 다뤄지고 있다.
수리남 출신의 다비즈는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축구황제’ 펠레가 ‘이번 월드컵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지금 네덜란드 언론에선 그가 네덜란드축구를 파괴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보고 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다비즈의 인기는 대단하다. 반면 나쁜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적이 여러번 있었고 재작년에는 약물 복용 혐의로 몇개월동안 축구선수생활 금지 조치를 당했었다.
2001년 덴마크와의 경기 바로 전날밤 다비즈와 몇명의 동료선수들이 스트리퍼를 호텔방으로 불러들였다는 소문이 있었고 지난해 봄에는 다비즈가 임신 3개월중인 여자친구에게 주먹질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한동안 잠잠했던 그가 또 말썽을 피웠다. 사건은 4개월 전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시작됐다. 3-0으로 네덜란드가 이긴 이날 경기 후 중앙 미드필더 반 봄멜은 왼쪽 측면 미드필드를 맡은 다비즈에게 항의했다. “왜 작전대로 플레이 하지 않는가. 네가 자꾸 왼쪽 측면을 지키지 않고 중앙으로 들어 오니까 내가 너의 상대를 막아야 하지 않았는가.” 그 말을 들은 다비즈는 반 봄멜에게 벌컥 화를 냈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네가 누군데 잔소리를 하는가. 너는 겨우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뛰는 선수고 나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선수다. 네가 나에게 그런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다비즈는 자신이 반 봄멜보다 높은 등급에 속하니 입을 다물라고 윽박질렀다.
이 사건 후 네덜란드대표팀의 어드보카트 감독은 다비즈에게 주의를 줬지만 그는 감독의 말을 듣지 않았다. 2주 전 아르헨티나 전에서 그는 또다시 자기가 지켜야 할 포지션을 지키지 않고 아르헨티나 베론과의 개인적인 싸움에만 정신을 팔았다. 반 봄멜은 또다시 다비즈의 빈자리를 커버하느라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네덜란드 언론은 이 사건으로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팀을 지휘하고 있었던 히딩크 감독은 토너먼트 도중 다비즈를 팀에서 추방했었다. 이유는 스코틀랜드전에서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던 다비즈가 히딩크를 심하게 모욕했기 때문. 다비즈가 팀에서 제외 되는 등 팀워크가 깨진 네덜란드는 결국 잉글랜드와 프랑스로부터 패배의 쓴 맛을 보아야만 했다.
‘아인트호벤 다그블라드’지는 최근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박지성과 이영표에 대해 “그라운드에서는 거칠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조용하고 겸손한 선수들이다.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축구팬들이 이영표와 박지성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의 몸가짐이 반듯하기 때문이다.
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