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언제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묻는 이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 싶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해 보려는 탐색형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집을 언제 사야 할까.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월별 아파트 매매가를 분석한 결과 5월과 11월이 집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는 1월부터 3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4∼6월은 보합세를 유지한다. 7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8, 9월에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10월부터 12월까지는 약보합세를 유지한다. 따라서 4∼6월에 집을 사거나, 여의치 않다면 11월을 기다려 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나 보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2001년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8월(2만936가구)과 12월(2만2902가구)이었다. 5월과 11월에는 오히려 거래가 줄었다. 2002년도 마찬가지. 3월(2만3166가구)과 9월(2만1527가구)에 거래가 집중됐다. 5월과 11월 거래량은 1만5000가구에도 못 미쳤다.
이를 종합해보면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서둘러 집을 사게 되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세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반면 집값이 진정되면 관심을 거두고 관망세로 돌아선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획일성에 대한 집착’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나면 심리적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집을 사면 나도 사야 한다거나 아파트 분양률이 오르기 시작하면 다들 청약 대열에 참가하는 식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들을 보면 오히려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 아파트들을 사들여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모 분양대행사 사장의 말을 새겨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 투자도 심리 게임입니다. 아파트의 내재가치는 항상 일정한데도 경기와 시장 분위기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역(逆)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돈을 버는 방법이지요.”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