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김성훈 기자
《기자:한 번 만납시다. ^^;;
임효석:오프라인에서는 안 됩니다.
기자:컨설팅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한 번 봅시다.
임효석: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나갑니다. …….
그 후로 몇 번의 e메일과 전화 연락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간신히 허락을 얻어 2시간 동안의 ‘온라인 취재’를 허락 받았다.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인터뷰였다. 임효석씨(가명·42). 그는 ‘사이버 스타’다. 인터넷에 각종 동호회 모임이 생기면서 부동산 투자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한때 모 동호회의 시솝(회장)을 맡기도 했다. 시장 분석과 실전 감각에서 절대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다는 평가다. 지금은 ‘야인’으로 살고 있지만 그를 갈망하는 네티즌은 여전히 많다.》
#학원 수학선생입니다
우선 신상명세를 확인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하고 있어요. 수학을 가르칩니다.” 뜻밖이었다. 처음엔 부동산 중개업을 하거나 건설회사 직원일 거라고 생각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 외환위기로 집값이 폭락하자 기회라고 생각했다. 임씨는 다른 부동산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시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만 투자한다. 자신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혼자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동호회를 만들었다. 회원은 500여명. 한때는 하루에 20건이 넘게 상담이 들어왔다. 동호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접 답변을 했다.
“시간이 없어 제 투자를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고문으로 있습니다.”
#산수 정도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임씨가 명성을 얻게 된 건 탁월한 분석력 때문. 시험삼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저층아파트와 저밀도지구를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토지 활용도를 봐야 합니다. 재건축 때 개포 저층은 180%, 저밀도지구는 275%의 용적률을 적용합니다. 용적률을 감안한 토지활용도에서 개포는 저밀도지구의 66%에 그칩니다.”
그의 설명이 계속됐다. “개포 1단지 17평형의 지분은 24.5평. 지분 활용도로 보면 저밀도의 16평 정도입니다. 현재 지분값이 평당 2000만원이면 저밀도 아파트에서의 지분값으로 치면 3000만원이 되는 셈입니다. 청담·도곡지구(저밀도지구) 개나리아파트 지분값이 현재 2600만원입니다. 따라서 현재 개포 저층아파트는 고평가돼 있습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덧·뺄셈 정도만 할 수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찬찬히 계산해 보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분석은 실전 투자로 연결됐다.
작년 5월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19평형을 3억8000만원에 샀다.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9월 5억2000만원에 팔았다. 차익은 1억4000만원. 4개월 만에 36%의 수익률을 올렸다.
“아파트의 가치를 잘 분석하면 저점(低點)에 대한 느낌은 바로 옵니다. 물론 고점(高點)에 대한 확신은 어렵지요.”
그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작년 9월 4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나왔을 때였다.
“정부가 그 정도로 전방위 대책을 내놓을지는 몰랐어요. 큰 손해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전망이 빗나갔습니다.”
#양도세는 내야지요
그는 작년 한때 재건축 대상 아파트만 강남에 10채 이상 갖고 있었다. 이 정도면 투기세력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5억원어치 샀다가 다음날 판다면 그 사람은 투자자인가요, 투기꾼인가요. 저는 다만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부동산 투자를 한 번 하고 말게 아니니까요.”
실제 그는 작년 말 아파트 5채를 판 뒤 양도소득세를 모두 냈다. 이익의 절반이 날아갔지만 당연하게 생각한단다.
#집값이 안 오른다고 생각하고 투자하세요
시장 전망과 투자 요령을 물었다.
“집값이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가격이 안 뛴다고 생각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가격이 안 오르는데 어떻게 투자하라는 말인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따져보면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강남구 도곡동 주공아파트 10평형이 5억9000만원인데 인근 대치동 우성아파트 45평형이 11억원입니다. 도곡동 주공을 사서 추가부담금 1억8000만원을 더 내면 40평형대를 받게 됩니다. 그래도 총 투자비는 7억7000만원이지요. 금융비용을 감안해도 대치동 우성과 비교하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요.”
결국 지금처럼 시장이 안정된 시기에는 확실하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곳에만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그 역시 지금은 사업이 투명하게 드러난 곳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을 땐 주식도 블루칩이 안전합니다. 덜 빠지니까요. 부동산도 똑같아요. 안정적인 투자처가 있기 마련입니다.”]
▼'황금손'의 부동산 투자 7계명▼
1. 자신 있는 종목만 투자한다.(재건축이면 재건축,토지면 토지)
2. 기본 지식을 습득하라. (용적률 건폐율 등 기본 개념 숙지)
3. 분석 10번에 투자 1번 (개발 재료가 있다는 풍문에만 의존하면 백전백패)
4. 가격 고점(高點)을 속단하지 말라. (저점은 내재가치 분석에 의해 파악할 수 있지만 고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5.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한 번 하고 말 투자가 아니다.)
6. 현장 확인은 많을수록 좋다.(시간 나는 대로 부동산 중개업소와 재건축 조합을 들러라)
7. 경기가 불확실하면 최고 우량주에만 투자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에서도 도곡동과 대치동)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