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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임원 성토장'된 대기업 주총장

입력 | 2003-02-26 19:28:00


주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이 편치 않은 미국 주주들이 폭발했다. 게다가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 증시를 짓눌렀으니 주주들이 화가 단단히 날 만도 하다. 이들의 무대는 주주총회장. 연금펀드나 노동조합 할 것 없이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규정 등을 물고 늘어졌다.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는 25명의 주주가 발언권을 얻어 퇴직임원에 대한 보상 패키지에서부터 핵발전소 보안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안들을 따졌다.

씨티그룹 주주들은 합병기업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날 때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골든 파라슈트’ 관행을 없애라고 압박했다.

월마트 주총에서 주주들은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뉴욕 경찰 및 소방관 연금펀드를 대리하는 시 간부는 GE 등 투자대상 회사에 테러와 연관된 나라와의 거래가 재정적으로 또는 명분상으로 위험성은 없는지를 따지는 결의안을 제출해 놓았다.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이런 식의 결의안이 893건 접수돼 작년 한해 동안의 802건을 이미 넘어섰다. 그중 653건은 이른바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것이다. 이것 역시 작년의 529건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업스캔들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대대적인 기업개혁을 약속했다가 세월만 보내자 주주들이 직접 들고일어난 셈이다. 분석가들은 “주주들이 결의안을 내고 일부를 표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주주들의 반란’을 가볍게 여기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경고다.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현안은 이라크 문제다. 시장은 이라크 뉴스에 움직이고 있다. 24일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자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지수 하락폭은 약 2%. 25일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오전 한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7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9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런 지수의 방향을 뒤집어 놓은 것은 이라크가 유엔 사찰단에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는 발표였다. 월가 사람들은 이것을 ‘평화주가’라고 불렀다.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