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無所有)! 이는 단지 번뇌를 벗어나기 위한 불가(佛家)의 가르침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21세기 벽두에 선 우리 앞에 던져진 화두다.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핵전쟁, 인구증가, 식량부족,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등을 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두렵지 않은 것이 없지만 확실한 것은 ‘지구는 하나뿐’이고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가령 끝없이 솟아날 것 같던 원유는 그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석유자원 분야의 권위자인 크레이그 해트필드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 1조 배럴로 추정되는 석유 부존량은 2036년이면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인류의 자원소비 속도는 자원재생 속도보다 20% 빠르며, 2050년에는 재생속도보다 약 2.2배 빨리 자원이 소비돼 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자원고갈 문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오로지 인구증가에 있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우리 옛말에는 ‘가진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았다. 삼라만상을 하늘이 내려주신 것으로 여겨 함부로 차지할 수 없는 것이라 보고 그저 ‘있는 것’으로 인식해 ‘논마지기나 있다’, ‘돈냥이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애인이나 친구마저도 ‘가졌다(have)’고 말한다.
미래 인류가 생존할 수 있고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욕심껏 가지려고만(own) 하지 말고 빌려 쓴다는(lease) 마음자세와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2003년부터 우리나라도 그간 정부 주도로 운영해 오던 ‘폐기물 예치금제도’를 폐지하고 제품을 생산한 생산자가 다 쓰고 난 제품의 재활용을 책임지는 민간중심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또 하나의 정부정책의 시작이 아니라 인류 발전에 필요한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의 틀’을 새로 짠다는 뜻이다. 이 제도를 먼저 시행한 독일의 경우 시행 초기인 91년에 비해 95년의 포장재 소비가 130만t이나 줄었다고 한다.
우선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했다고 해서 그것을 통째로 자신의 소유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자원을 잠시 빌려 쓴다는 생각으로 알뜰하게 사용하고, 쓰고 난 뒤에는 분리 배출해 재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들도 얼마간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서 우리 후손이 공동으로 사용할 자원을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를 통해 기업경영에 자원재활용이라는 요인을 포함시켜 ‘녹색경영’을 체질화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살려 쓰지 못하게 복잡한 구조나 재질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재활용비용을 소비자에게 과다하게 책정하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제 21세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소유욕에 사로잡혀 자원낭비로 대재앙을 가져올 것이냐, 아니면 자원재생 속도와 자원소비 속도간에 균형을 이루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심재곤 한국자원재생공사 사장